부산 황선홍(42) 감독과 수원 윤성효(48) 감독은 14일 경기 시작에 앞서 부산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두 감독은 93년 포항에서 함께 뛰었고, 2000년에는 윤 감독이 스카우트로, 황 감독은 선수로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윤 감독이 숭실대 감독으로 있을 당시 부산과 자주 연습경기를 하면서 친분을 이어왔다.
황 감독은 “숭실대가 올해 김해에 내려와 있었다. 윤 감독님께 전화해 자주 연습경기를 했다. 덕분에 많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학교 운동장 공사로 윤 감독의 고향인 김해에서 훈련해왔다.
윤 감독은 “부산하고 연습하면서 대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했다. 우리가 더 이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숭실대와 연습경기를 한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숭실대가 우리 상대해야하는 팀과 똑같은 전술로 연습경기를 해준 덕분이다”고 윤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이제 적으로 서로를 이겨야하는 입장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황 감독이 프로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인 수원의 윤 감독이 부임했다는 사실이다. 이날은 윤 감독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양보할 수 없는 컵 대회 8강에서 만난 두 감독.
황 감독은 “윤 감독님이 워낙 우리를 잘 아셔서 걱정이에요. 그래도 한 번쯤은 봐 주시겠죠”라고 농을 던졌다. 윤 감독은 후배의 말을 들은 뒤 그냥 웃기만 했다. 둘은 진한 악수를 나누며 경기 준비를 위해 각자의 라커룸으로 향했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절친한 선후배인 두 감독이 벌일 승부는 어떻게 전개될까. 라커룸으로 향하는 두 감독의 마음속에 ‘필승’이란 두 글자가 새겨져있지 않았을까.
부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