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프린터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0-07-16 16: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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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래전부터 프린터를 사용해왔다. 예나 지금이나 프린터로 원하는 내용을 출력하는 방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PC에서 원하는 문서나 이미지 등을 선택하고 인쇄 명령을 내리면 프린터가 종이에 해당 내용을 출력한다. 우리는 그 출력물을 가져다 쓸 뿐. 이 일련의 과정에서 ‘세상 참 좋아졌다’라든가 ‘기술이 많이 발전했네’ 같은 식의 느낌을 받는 일은 별로 없다(아마도 이는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순서, 그리고 출력물의 형태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프린터 관련 기술이 제자리에 머물러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프린터의 크기도 작아졌고 PC와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도 바뀌었으며, 컬러 출력이 보편화되었고 출력물이 나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출력 결과물의 품질이 대폭 향상되었다.

프린터 관련 기술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2010년 7월 14일 HP에서 개최한 ‘Print Watch Live 2010 기자간담회’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알아보기로 한다.


HP 잉크젯 프린트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나

일반적으로 HP 잉크젯 프린터는 열을 가하여 잉크에 기포가 생기게 만들고, 이때 생긴 압력으로 잉크를 노즐(잉크 카트리지에서 잉크가 나오는 입구) 밖으로 분사하여 종이에 잉크가 묻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잉크가 빠르고 세밀하게 분사될수록 그만큼 더 품질이 뛰어난 출력물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10년 현재 HP는 직경이 머리카락의 1/3 수준에 해당하는 가느다란 노즐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 노즐에서 1초에 36,000번씩 잉크를 분사할 수 있어 더욱 정교한 출력물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한다(평균적으로 1개의 카트리지에는 1만 개 가량의 노즐이 존재한다). 또한 지난 2008년부터는 크고 작은 잉크 방울을 분사하는 ‘듀얼 드롭’ 방식을 채택하여 보다 사실적인 출력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HP 오피스젯 프로 8500 및 8000 시리즈는 안료 잉크(입자가 크지만 내구성, 내수성이 뛰어난 잉크)를 사용함으로써 물에 젖으면 잉크가 번지고, 오래 보관하면 바래거나 잉크가 날아가는 현상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존의 염료 잉크(입자가 작고 색감이 뛰어나지만 내구성과 내수성이 떨어지는 잉크) 방식 출력물과 안료 잉크 방식 출력물을 물에 담갔다가 꺼내는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테스트 결과, 염료 잉크를 사용한 출력물은 거의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안료 잉크를 사용한 출력물은 확실히 번짐 현상이 덜했다.
염료 잉크를 사용한 출력물(우)은 흔적만 남아 있었지만, 안료 잉크(+컬러락 용지)를 사용한 출력물(좌)은 거의 번짐이 없었다

염료 잉크를 사용한 출력물(우)은 흔적만 남아 있었지만, 안료 잉크(+컬러락 용지)를 사용한 출력물(좌)은 거의 번짐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에는 ‘COLORLOK’이라는 안료 잉크에 특화된 종이도 한몫을 했다. COLORLOK 용지에는 폴리머 바인더가 포함되어 있어, 안료 잉크가 용지 표면에 더 가까이 머물도록(= 보다 선명한 색감을 얻음) 도와준다고 한다. 또한 내구성이 있는 필름에 안료를 입히므로 방수력이 향상된다는 것이 HP측의 설명이었다.


HP 레이저젯 프린트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HP 레이저젯 프린터는 카트리지 내부에 있는 감광 드럼에 전기를 충전, 레이저를 쏘아 인쇄할 모양 그대로 토너(일종의 잉크 가루)를 감광 드럼에 달라붙게 한 다음, 이를 종이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렇게 종이에 옮겨진 토너는 프린터에 있는 용착 장치를 거쳐 종이에 들러붙게 되는 것이다.


어떤 토너를 사용하는가가 출력물의 품질을 좌우하는데, 이날 행사에서는 신형 HP 컬러스피어 토너가 소개되었다. 기존보다 토너 입자의 크기를 더 줄여 표면을 좀 더 매끄럽게 처리함으로써, 색감에 광택을 높이고 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HP 측의 설명. 내부 테스트 결과 2005년에 출시했던 컬러스피어 토너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색상 범위는 158% 늘어났고, 광택은 40%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흑백 토너의 경우, 에너지 효율성 증대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낮은 온도에서도 토너가 종이에 용착되게 함으로써 기존 HP 토너에 비해 35%가량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또한 DTF 기술을 적용하여 한자 등과 같은 몇몇 아시안 폰트 출력 시 가로 선이 흐릿하게 출력되던 현상을 많이 개선하였다는 발표도 있었다(단, 토너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음).



HP 정품 카트리지, 리필에 비해 2배 이상의 출력물 제공 입증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은 모두 HP 정품 잉크/토너 카트리지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엔진에 연료가 들어가야 자동차가 움직이듯이, 프린터도 카트리지에 잉크 혹은 토너가 들어 있어야 출력을 할 수 있다. 합성 휘발유를 쓰면 자동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듯이, 프린터도 정품 잉크나 토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인쇄 품질이 떨어지거나 기기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 정품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리필 잉크/토너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좋을 걸까.


HP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독일의 테스트 전문 기관인 티유브이슈드 PSB에 의뢰하여, 정품 잉크 카트리지와 리필 잉크 카트리지의 신뢰성을 비교하는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잉크 카트리지 테스트는 아시아 6개국(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필리핀, 태국)에서 선별한 566종의 리필 잉크 카트리지(국가별 최소 9종)와 HP의 정품 잉크 카트리지를 동일한 기종의 프린터(HP 데스크젯 2568, 930C)에서 사용하여 그 출력량과 신뢰성을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테스트 결과, HP의 정품 잉크 카트리지는 리필 카트리지에 비해 평균 약 2배 많은 출력물을 출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리필 카트리지 중 42%는 초기부터 잉크가 새거나 출력 상태가 고르지 않고 50장 미만으로만 출력이 가능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레이저젯 토너는 어떨까? 레이저젯 토너 카트리지에 대한 테스트는 제품 평과 기관인 퀄리티로직(QualityLogic)에 의해 진행, 지난 2010년 4월에 발표된 바 있다. 이 테스트는 HP 레이저젯 M1319f와 P1008 프린터에 사용하는 정품 토너 카트리지와 리필 토너 카트리지의 출력량, 출력품질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테스트 결과, 리필 토너 카트리지는 60% 이상이 제품 배송 시 초기 불량이거나 품질이 떨어졌으며, 출력한 페이지 역시 품질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정품 토너 카트리지에 비해 색도 옅었으며, 내구성도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토너의 접착성을 알아보기 위해 출력물 위에 3M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는 테스트를 진행하였는데, 리필 토너 카트리지의 샘플 페이지가 정품 토너 카트리지 샘플 페이지에 비해 접착성 관련 문제가 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화면. 정품 토너를 사용한 출력물이 인쇄 상태가 더 세밀하고 고르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화면. 정품 토너를 사용한 출력물이 인쇄 상태가 더 세밀하고 고르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행사는 ‘기술 혁신’, ‘다양한 포트폴리오’, ‘일관성 있는 결과물’, 그리고 ‘친환경 혁신’이라는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기술 혁신’과 ‘일관성 있는 결과물’에 해당하는 것.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경제형, 대용량, 밸류팩 등 다양한 형태의 카트리지를 제공하여 사용자의 출력 패턴에 따라 선택적 구매가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었고, ‘친환경 혁신’은 말 그대로 HP에서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반적으로 기술적인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그래프, 영상, 내수성 테스트, 현미경을 이용한 인쇄 품질 비교 등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준비하여 참석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었던 자리였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앞서 얘기한 4개의 키워드가 모두 중요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HP 프린터 기술의 발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기술 혁신’과 ‘일관성 있는 결과물’에 포커스를 맞춰 보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이 글을 읽었어도 며칠만 지나면 프린트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것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출력물의 형태 자체는 어차피 그전과 똑같기 때문이다(얼마 전 HP가 발표했던 이프린터(http://it.donga.com/coverage/1743/)가 본격적으로 출시된 후라면 또 모를까). 그래도 HP를 비롯한 여러 업체는 출력 기술, 출력물의 품질, 에너지 효율, 환경적 요인 등등에 대해 꾸준한 연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 같은 일반 사용자는 어떤 제품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굳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냥 발전하는 기술을 만끽하면 된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관심만은 남겨두자.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지만 않게 말이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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