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과외교사부터 톱스타, 국가정보요원 그리고 전장을 누비는 의사까지…그녀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변신의 귀재 김하늘이 MBC 드라마 ‘로드 넘버 원’을 통해서도 폭넓은 연기의 폭을 또다시 과시했다. ‘로드 넘버 원’으로 김하늘은 내면 연기의 어려움과 한편으로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게 됐다고 했다.
극 중 ‘수연’은
작지만 빛나는 인물
나를 긴장시킨 캐릭터
노출연기? 등이 다 빨개져
진심을 다한 작품이니
시청률 언젠가는 통할 것
누군가 사랑스럽거나 귀여울 때 쓰는 ‘예쁘다’라는 단어에 내면적 깊이와 멋스러움이 더해지면 ‘아름답다’고 말한다. 연기자 김하늘은 ‘예쁜’ 배우에서 이제 ‘아름다운’ 배우로 거듭났다. 그녀가 선택한 MBC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은 그녀를 한층 깊고 아름다운 배우로 빛내주고 있다.
사전 제작 드라마인 ‘로드넘버원’의 모든 촬영을 마치고 ‘시청자의 눈’으로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는 김하늘을 만났다. 그녀가 평소 즐긴다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와인의 풍성하고 깊은 맛을 즐긴다는 김 하늘은 와인 한 모금을 마신 뒤 마음 속에 있는 깊은 얘기들을 하나, 둘 씩 꺼내기 시작했다.
● ‘로드넘버원’,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김하늘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시대극에 도전하면서 ‘로드넘버원’을 택했다. 전쟁과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김하늘이 연기하는 김수연의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녀의 어머니가 며칠 전 드라마를 보면서 “너는 언제 나오니?”라고 말할 정도니. 그녀가 주인공의 분량을 보고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아닌 듯 했다.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온 몸으로 떠안아야 하는 인물이었고, 한 신도 쉽게 찍은 장면이 없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고 어려웠어요. 제가 느낀 수연이는 ‘로드넘버원’에서 작지만 빛나는 인물이었어요. 그 빛이 저를 이 작품으로 끌고 온 것 같아요.”
기대 이하의 시청률에 대해서도 그녀는 실망하기 보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할 것”이라며 웃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더러 하시는데 우리 드라마는 친절한 설명 보다 극적 감동을 더 중요시 하는 것 같아요. 진심을 다한 작품이 시청률이 낮은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공감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예뻐짐을 포기하고 깊이를 얻었다
‘로드넘버원’ 속 김하늘은 전혀 예쁘지 않다. 늘 얼굴에 상처와 함께 피를 묻히고, 전장에서 넘어지고 구른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늘 먼지 구덩이 속에 파묻혀 있는” 신세다. 하지만 김하늘은 예뻐짐을 포기한 대신 연기의 깊이를 얻었다.
“만약에 김하늘이라는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라면 당연히 부끄럽겠죠. 하지만 전 ‘로드넘버원’의 김수연이잖아요. 김수연에게서 김하늘이 보인다면 제가 연기를 잘 못 한거에요. 지금도 제가 연기한 부분을 보면 마음이 저리고 아파요.”
김하늘은 이번에 파격적인 상반신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극 중 남자주인공 소지섭이 김하늘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에서 뒷태가 적나라하게 공개된 것. 방송 후 반응은 뜨거웠다. 김하늘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쑥스럽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방송 나가고 나서 오히려 감정선이 잘 살아난 것 같아서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촬영 당시였죠. 많은 시선이 제 등을 응시하는걸 느끼면서 등이 다 빨개질 것 같더라고요.”
● ‘6년째 연애 중’ 이다진 VS ‘로드넘버원’ 김수연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녀는 수없이 많은 캐릭터를 만났고, 여러 삶을 연기했다. 그 중 절대 잊지 못할 캐릭터가 있다. 바로 영화 ‘6년째 연애 중’의 이다진과 현재 출연 중인 ‘로드넘버원’의 김수연이다.
‘6년째 연애 중’의 이다진은 당시 김하늘과 너무 닮아 있어 쉽게 떨쳐 버리기 힘든 인물이다. “또래들의 사랑 이야기,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이었어요.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사랑을 해 본 사람이잖아요. 그 때는 여자 김하늘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과 연애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6년째 연애 중’의 이다진이 자신과 닮아 잊지 못할 캐릭터라면 ‘로드넘버원’의 김수연은 늘 그녀를 긴장시킨 캐릭터라 놓아 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어떤 캐릭터든 초반이 지나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런데 수연이는 매 신을 찍을 때 마다 어려웠어요. 촬영 전마다 기도를 했어요. 내가 생각하고 준비했던 연기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없이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연기의 깊이를 깨닫게 됐죠.”
● ‘로드넘버원’ 그 후 김하늘이 궁금하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로드넘버원’ 이후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졌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고 배우로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일까? 김하늘은 ‘로드넘버원’ 이후의 작품 선정이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다음이 저한테 가장 힘든 작품이 될지도 몰라요. ‘로드넘버원’을 통해 가슴 속 깊이 뭔가를 쌓아둔 느낌인데, 다음 작품에서 너무 쉽게 풀어버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단순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요. 차분하게 그 동안의 내공을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 김하늘?
1978년생. 1996년 의류브랜드 ‘스톰’의 전속 모델로 데뷔.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연기 시작. 영화 ‘동감’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7급 공무원’ 등에서 주연, 흥행에 성공해 충무로의 ‘흥행 여배우’로 떠오름. 드라마는 1999년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햇빛속으로’ ‘피아노’ ‘로망스’ ‘온에어’ 등의 드라마에서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춤. MBC 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에 소지섭·윤계상과 함께 출연 중.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