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늘을 키운건 13년 전 한마디
2010년 서른 두 살의 김하늘이, 1998년 스무 살의 김하늘을 만났다.
의류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김하늘은 1998년 영화 ‘바이준’을 시작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김하늘은 스무 살 때의 자신을 돌아보며 두려움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을 잘 모르던 순진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바이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도 못했어요. 부끄러웠거든요. 영화 속 저 아이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연기할 줄 밖에 모르던 시절이었거든요.”
요즘은 연예인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지만 당시 그녀는 연기자에 대한 동경도, 관심도 없었다. 사실 자신이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시기였다.
“그때는 연예계라는 곳의 기(氣)가 너무 무서웠어요. 연기는 둘째고 그 기운들을 버텨내는 게 힘들었어요. 어디론가 숨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누가 손을 내밀어 준거죠. 스스로 무엇을 잘 할지도 모르는 그 때의 나대신 누가 나를 발견해 준거에요. 너는 연기에 소질이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 손에 이끌려 연기를 시작한 김하늘은 13년을 잘 버텨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 일이 아닌 다른 것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연기를 사랑하게 됐고 어느새 행복의 전부가 됐다. “아직도 부모님이랑 그 시절의 얘기를 나누곤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13년 전의 김하늘은 참 기특하고 대견한 것 같아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