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첫 경험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운동선수에게, 그것도 규모가 큰 국제대회라면 훨씬 뜻 깊게 다가온다.
처음인지라 시행착오는 당연할 수 있다. 한국대표로 경주국제유소년(U-12)축구페스티벌에 참가한 꿈나무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경주시민운동장에서 17일 열린 대회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충무와 화랑.
양 팀 선수 모두 9일 끝난 경주 화랑대기 대회를 통해 엄선된 최정예 멤버들이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까웠다.
그래도 또래 중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춰서일까.
올스타팀을 방불케 하는 가장 우수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었지만 ‘전체’와 ‘단합’을 강조하는 사령탑들은 모두가 ‘잘난’ 이들을 한데 묶느라 정신이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날로 소집 나흘 차. 벤치도 선수들도 아직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등번호 역시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처음 손발을 맞췄을 때는 훨씬 심각했단다.
화랑 김기찬 감독과 충무 김희정 감독은 “모두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데다 언론 보도까지 이뤄지니 개인기를 발휘하고, 튀어 보이고 싶은 욕구들이 있다”며 입을 모았다.
그래서 두 사령탑들은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물론 각자 선택한 방식은 달랐다.
김기찬 감독은 “선수들이 처음 모였을 때 각자 등번호와 얼굴을 매칭시키도록 하는 숙제를 내줬다”고 했다. 김희정 감독은 “국내 대회에서 종종 마주치긴 했지만 짧은 시간 내 완전히 익숙해질 수 없어 훈련이나 경기할 때 서로의 이름 대신 등번호를 부르라고 했다. 플레이에 문제가 있어 지적할 때 선수 이름을 부르면 자칫 서운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