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선 박지성 ‘유소년축구 발전방향’ 주제 발표 “열린 지도자가 창조적인 선수 만든다”

입력 2010-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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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1일 명지대에서 진행된 체육학과 대학원 1차 학기 공개 세미나에서 ‘한국유소년 축구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학업 보장·프로그램 구축등 대안 제시

“축구공은 마법의 공이자 무서운 공”
재치만점 답변에 청중들 박수갈채


‘캡틴’박지성(29·맨유)이 녹색 그라운드가 아닌 강단에 섰다.

박지성은 21일 명지대학교 용인 자연캠퍼스 명진당에서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 발표를 했다. 현재 명지대 대학원 체육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지성은 다음 학기 역시 같은 방법으로 수강, 과제 제출, 논문지도와 연구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관계자와 대학원, 학부생, 취재진 등이 400여석의 강당을 가득 메웠다. 프리미어리그나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박지성도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40여분에 걸친 발표가 끝났을 때 그의 흰색 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지도자 인식 변화가 중요


박지성이 1차 학기 세미나 주제를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 방향’으로 삼은 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유소년 축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4일 개관 예정인 수원의 ‘박지성 유소년 축구 센터’에도 이 분야에 대한 그의 강력한 의지가 녹아 있다.

박지성은 발전 방향으로 ▲체계적인 유소년 프로그램 구축 ▲학생들의 학업 보장 ▲주 2회 이상 운동 ▲안정적인 장소 확보 ▲학부모 인식의 변화 ▲지역 유소년 클럽과의 상생을 통한 선의의 경쟁 유도 ▲지도자 인식의 변화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강조한 건 지도자 인식의 변화였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과 오랜 기간 유럽에서 뛰며 얻었던 풍부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지도자들이 이건 된다, 안된다를 강압적인 태도로 규정짓곤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결정의 시간이 왔을 때 틀에 박힌 고정관념 안에 갇혀있게 되죠.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구타 등의 문화가 있기도 했지만 이런 것들은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거든요. 유럽은 감독에게도 의견을 내 놓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요. 그래서 창조적인 선수들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유쾌했던 Q&A 시간

세미나 발표가 끝난 뒤 잠시 Q&A 시간이 주어졌다.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와 기존 센터의 차별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지성은 “직접 축구장을 갖고 있다는 점과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고 답했다.

박지성은 “실내 축구장 설계를 할 때는 맨유 유소년 축구센터에서 몇 가지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부생 한 명은 “축구공이 갖는 의미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

예상 밖 질문에 잠시 당황하는 듯 하던 박지성은 “어렸을 때는 축구공이 유일한 놀이기구였지만 지금은 공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안다. 이 공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고 웃고 울기에 신비한 마술의 공이자 무서운 공이다”는 재치 있게 답변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롤 모델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윤정환(J리그 사간 도스 코치)과 남아공월드컵에서 브라질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둥가를 들었다.

한편, 박지성은 세미나 후 3000만원의 기부금을 유병진 명지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용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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