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시리즈 이후 형사 역할을 모두 거절해온 설경구가 10년 고집을 꺾고 전직 형사역을 맡은 영화 ‘해결사’의 한 장면.
1. 감독에 대한 믿음
류승완 감독 ‘강철중’과 다른 캐릭터 줄 거란 확신
2. 주인공 성격에 끌려
연쇄살인마에 가족 잃고도 무던히 살아가는 성격
3. 연기자로 자기반성
새로운 인물 창조 포기하고 너무 피한 건 아닌가?
영화 ‘공공의 적’시리즈에 나온 강철중은 한국 영화사의 대표적인 형사 캐릭터다. 하지만 설경구에게 강철중은 ‘10년 고집’을 만든 캐릭터이기도 하다.
2002년 영화 ‘공공의 적’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강력계 형사 강철중은 흥행에 힘입어 관객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됐다. 이후 설경구는 ‘공공의 적2’와 ‘강철중:공공의 적1-1’ 시리즈에서도 검사, 형사로 강철중역을 계속 맡았다.
‘공공의 적’ 시리즈는 3편 모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설경구에게는 하나의 고집을 만들게 했다. 그는 이후 다른 영화의 형사 역할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강철중의 이미지가 겹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설경구의 이런 결심은 ‘공공의 적’을 촬영하던 2001년 시작돼 햇수로 10년 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고집을 꺾은 작품이 9월9일 개봉하는 ‘해결사’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강태식은 전직 강력계 형사. 설경구가 마지막까지 이 영화 출연을 망설인 까닭 중 하나는 바로 전직 형사라는 인물 설정 때문이다.
“10년 동안 나에게 형사 역할은 연기자로서 열외였다”는 설경구는 “그동안 받은 영화 시나리오 중에는 아예 대놓고 강철중 같은 형사도 있었다. 영화 속 형사들이 대부분 강력계인데 어떻게라도 강철중의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해결사’에서 마음을 연 이유는 뭘까. 각본을 쓴 류승완 감독은 설경구의 우려를 듣고 “강철중은 세상이 아는 캐릭터인데 설마 같게 만들겠냐”는 확신을 줬다. 연쇄살인마에게 아내를 잃은 전직 형사이지만 상처를 안고살기 보다 오히려 세상을 무던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설경구는 “내가 그동안 너무 피해온 거 아닌가 돌이켰다”며 “강철중과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는데 살짝 틀어서 표현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해결사’는 흥신소를 하며 살아가는 강태식이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살인누명을 쓰고 이를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과정에서 은행 합병과 그에 얽힌 정치권의 갈등 등 사회적 소재들이 녹아들어 긴장을 높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외유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