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박철우’ 신고식은 혹독했다

입력 2010-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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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막는 ‘우리’의 벽!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맨 위쪽)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캐피탈과의 프로배구 컵 대회 경기에서 상대 블로킹 벽을 피해 강한 스파이크를 성공하고 있다.

‘대포’ 막는 ‘우리’의 벽!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맨 위쪽)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캐피탈과의 프로배구 컵 대회 경기에서 상대 블로킹 벽을 피해 강한 스파이크를 성공하고 있다.


삼성화재 데뷔전 27득점 불구 작년만 못해
동료와 호흡 불안…우리캐피탈에 역전패
신감독“혹독한 훈련 각오해”따끔한 질책


올 시즌 프로배구에 처음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는 박철우(25)였다. 그의 진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 최고 공격수는 결국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특히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 씨와 박철우는 연인이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29일 수원· IBK기업은행 컵이 열린 수원실내체육관.

박철우는 처음으로 흰색 유니폼(삼성화재)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6년간 하늘 색 유니폼(현대캐피탈)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이 날 ‘삼성 맨’으로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삼성화재는 박희상 감독이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우리캐피탈에 1-3(25-22 18-25 27-29 26-28)으로 역전패했다.

“철우 오빠 잘해야 할텐데…”삼성화재와 우리캐피탈의 프로배구 컵 대회가 열린 29일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은 삼성화재 박철우의 연인 신혜인(가운데)씨가 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철우 오빠 잘해야 할텐데…”
삼성화재와 우리캐피탈의 프로배구 컵 대회가 열린 29일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은 삼성화재 박철우의 연인 신혜인(가운데)씨가 가족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혹독한 신고식



삼성화재 응원단은 박철우에게 열광했다. 코트의 동료들도 그를 따뜻하게 맞았다. 수시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하지만 아직은 낯설었다. 박철우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동료와 호흡도 맞지 않았다. 스파이크나 블로킹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박철우는 27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지만, 수치로 데뷔전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위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격 성공률은 41.67%.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 53.4%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범실도 무려 10개를 기록할 만큼 저조했다.


● 신치용 감독의 따끔한 질책

신 감독은 경기 후 세터 유광우의 미숙한 플레이를 먼저 지적했다.

“처음 주전으로 뛰다보니 광우가 위치 파악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토스의 강약이나 높이 조절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질책이었다.

이는 박철우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적한 팀의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것은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박철우에게도 따끔한 지적을 이어갔다.

“3주 정도 우리와 훈련한 것 같은데 아직 아니다. 혹독한 훈련을 시킬 것이다. 힘든 훈련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삼성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엉터리가 너무 많다. 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

신 감독이 불만을 표시한 것은 크게 2가지. 60∼70% 정도를 서서 플레이를 하다보니 팀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고, 동작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했다. 결국 팀플레이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판단력과 움직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 감독은 “엄청나게 고생할 것이다. 프로 선수는 연봉 받는 만큼 뛰어야하고, 각오도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시간이 필요해

인터뷰 장에 들어선 박철우는 의기소침했다.

“생각 보다는 세터와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은데, 첫 경기에서 잘 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앞섰다. 강하게만 때리려 하다보니 범실이 많았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많은 연습을 통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체력도 떨어진 상태인데, 끌어올려야한다. (정규시즌 개막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가능하다.”

박철우는 경기장을 떠나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 보다 훨씬 더 혹독하게 훈련하겠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수원|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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