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유도선수 이창수 “아들아, 올림픽 금메달 꿈 이뤄다오”

입력 2010-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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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도영웅이었다가 한국으로 귀순한 이창수 씨(왼쪽)가 오늘 -73kg급 경기를 앞둔 아들 문진(보성중)의 손을 맞잡고 응원하고 있다.

■ 중등부 출전 아들 응원온 귀순 유도영웅 이창수씨

北에 가족 두고 귀순해 낳은 세아들
사업실패·알코올 중독 시련의 세월
유도 입문한 아들 보고 술도 끊었다
함께이룰 올림픽 메달꿈을 기다리며…


‘최민호 올림픽제패기념 2010추계전국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이 열린 3일 김천 실내체육관은 대회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참가 학교(259개교)와 선수(1719명)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역시 가족애가 작용했다. 특히 중등부 경기가 열린 3일 자식을 응원하는 부모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와중에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서있다가 아들 손을 잡고 체육관을 빠져 나가려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에게 속삭이는 한마디, “지금부터 (체중 조절하러) 사우나 가야 된다.”

그 아버지는 바로 북한 유도영웅이었다가 한국으로 귀순한 이창수 씨였다. 4일 -73kg급의 경기를 앞둔 아들 이문진(보성중)을 응원하러 김천까지 찾아온 것. 한국마사회에서 코치로 7년간 일하다 지금은 평직원으로 복귀한 이 씨는 아들의 대회가 있는 날에는 휴가를 얻어서라도 빠지지 않고 전국 유도장을 찾는다.

이렇게 지극정성인 것은 아들에게 빚이 있다고 느껴서다. 북한 유도영웅이었지만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정훈(현 남자대표팀 감독)과 붙어 결승에서 패한 뒤, 탄광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 박탈감을 못 이겨 가족을 북에 두고 넘어온 남한.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을 때 지금의 부인인 대만 유도국가대표 출신 첸링젠은 전부터 연모하던 이 씨를 만나러 한국에 왔고 결혼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낳은 세 아들, 너무 힘들어서 유도를 안 시키려 했지만 피는 못 속였다. 어릴 때부터 힘과 골격, 감각에서 유도의 가능성을 봤다.

사업에 실패해 실의에 빠져 알코올중독 상태에 빠졌을 때, 아들 문진이가 “내가 유도를 하면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유도에 입문하는 걸 보고 바로 술을 끊었다. 지금은 첫째(이호진)와 셋째 아들(이리진)까지 유도에 입문했다. 장남은 다리를 다쳐 불참했지만 막내는 문진이와 같은 체급에서 뛴다. 형제 대결의 가능성도 있다. 문진이의 최종목표는 올림픽금메달. 아버지는 “내가 못 이룬 올림픽의 꿈을 아들이 이뤄줄 것이다. 내 제자 전기영 윤동식 김민수도 있고, 최민호 왕기춘도 있지만 그들과는 또 다른 유도를 구사하는 선수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문진이 역시 닮고 싶은 유도선수를 묻자 1초의 망설임 없이 “아버지요”라고 답했다.

김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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