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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감독 ‘KS 직행’ 믿는 구석
잃을 게 없는 상대는 더 무서운 법이다.SK에 12일 문학 KIA전은 꼭 그랬다. 1회 무사 1·2루 위기를 선발 카도쿠라(37)가 넘기고 1회말 곧바로 1점을 선취했다. 그러나 4회 KIA 김상현에게 역전 2점홈런을 맞았다. 바로 4회말 반격 2사 1루에서 김재현(35)이 좌익수쪽 동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어 6회 1사 2·3루로 다시 몰렸다. 여기서 김성근 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정대현(32). 정대현은 차일목을 삼진, 김선빈을 3루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흐름을 빼앗은 SK는 6회말 조동화의 내야땅볼로 결승점을, 8회 무사만루에서는 김재현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굳히기 점수를 얻었다. 내용은 밀려도 승부는 이겼다.
단 한 경기지만 지난 4년간 보여줬던 SK의 전형적 위기극복 패턴이 발휘됐다. 어려운 흐름을 타파한 주역들은 하나같이 30대 베테랑이다. 투수진을 지휘하는 포수 박경완(38)이 있다. 또 팀 분위기의 ‘감초’ 이호준(34)과 성실맨 최동수(39)까지, SK의 최강코드 ‘일사불란’의 중심은 베테랑이다.
기본적으로 SK 야구는 김 감독의 강력한 중앙집권형 철혈통치로 작동한다. 김 감독은 지나가듯 “SK는 감독이 잘하면 이기고, 못하면 진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SK의 ‘독특함’은 상황이 단단히 꼬이면 감독이 스스로 손을 놓는 대목이다.
가령 8월 대전에서 꺼내든 특타 중지가 그런 시그널이다. 이때 제대로 감독의 의중을 꿰뚫는 베테랑이 움직여야 해결책이 나온다. 박경완 김재현 이호준은 전부터 감독의 습성을 꿰찼다. 기존선수도 이제 4년째여서 마찬가지다. 단발령, 농군패션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감독은 베테랑의 감이 안 좋아도, 데이터가 별로여도 중용했다. 정신력을 강조한 선택이었고, 최후의 스퍼트 라인에서 효과가 나오고 있다.
베테랑은 기득권을 버렸다. 정대현은 마무리가 아니어도, 김재현은 대타로 바뀌어도, 이호준은 대수비로 교체돼도 뒷말이 없다. 불평이 제거된 공백을 솔선수범이 메운다. 수술 받아야 될 다리를 이끌고 뛰는 박경완이나 마무리, 선발 가리지 않는 이승호가 그렇다. SK가 모로 굴러도 서울까지 근접한 근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