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98만 관중은 그린마케팅의 힘

입력 2010-09-2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직과 잠실구장에서 100만 관중을 동원한 롯데, 두산, LG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비록 100만을 채우진 못했지만 올해 문학구장에 입장한 98만3886명의 관중은 ‘SK 야구의 힘’을 보여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정규시즌 최종전인 26일 넥센과의 홈경기에 문학구장 1루측 스탠드를 가득 채운 SK 팬들. 스포츠동아DB

사직과 잠실구장에서 100만 관중을 동원한 롯데, 두산, LG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비록 100만을 채우진 못했지만 올해 문학구장에 입장한 98만3886명의 관중은 ‘SK 야구의 힘’을 보여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정규시즌 최종전인 26일 넥센과의 홈경기에 문학구장 1루측 스탠드를 가득 채운 SK 팬들. 스포츠동아DB

만원 문학구장 이유 있었네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이 명문구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진정한 명문구단이다.” SK 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은 2010년 발간한 팬북에서 명문구단을 이렇게 규정했다. 물론 이 정의에는 SK가 쌓아올린 성적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SK는 한국야구의 신주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SK는 해마다 문학구장 시즌 관중을 10만 명 단위씩 확장하면서 평균관중 1만 명 시대를 열었다. 특히 2010년은 98만 3886명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까지 감안하면 100만 관중을 넘어서는 셈이다. SK의 창단 첫해인 2000년 총 관중(8만4563명)을 떠올리면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하늘도 도왔다

SK는 3월27일 개막전(한화전)부터 2만8000명 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16연승 와중이던 4월24일 롯데전에서 다시 만원관중이 터졌다. 5월1일 LG전과 5월5일 넥센전까지 문학을 가득 메우더니 5월14일∼5월16일 두산 3연전은 모조리 매진이 나왔다. 창단 10년을 맞은 SK에서 최초 발생한 ‘이변’이었다. 이어 5월 29일∼30일 롯데전에서 다시 연속매진이 이루어졌다. 5월까지 들어온 관중만 49만6839명이었다.

날씨가 무더워지는 마의 여름이 찾아왔어도 관중전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홈 67경기를 통틀어 66경기에서 5000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찼다. 유일한 예외는 경기 직전까지 비가 퍼부었던 8월25일 넥센전이었다. 이 경기를 제외하면 SK는 시즌 막판 11경기 중 10경기에서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1위가 확정됐어도 관중은 줄지 않았고, SK 선수단은 창단 최다승(84승)으로 성원에 보답했다.

SK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장순일 파트장은 “천운”이라는 말을 꺼낸다. 문학구장은 시설이라는 강점과 입지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래서 주말경기에 마케팅 사활이 걸렸는데 귀신처럼 주말 혹은 공휴일마다 날씨가 화창했다. 이때 열린 27경기가 전부 1만 명 이상을 넘었다. 이 중 17경기는 2만 명 이상이 들어찼다. SK의 정규시즌 98만 관중은 압도적 경기력과 날씨, 마케팅 능력의 결합상품이다.


○시장을 이끌었다

2007년 출범한 스포테인먼트는 프로야구단의 목표를 승리 외에 고객만족에 뒀다. 사실 이론 자체는 참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SK 프런트는 스포테인먼트에 입힐 콘텐츠와 액션을 실천적으로 고민했다. 그 결과물로 2007년 메이저리그식 띠 전광판과 야구장에 테마파크 개념을 도입한 와이번스 랜드가 탄생했다.

2008년은 스포테인먼트 2.0을 선포, 하드웨어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성을 정립했다. 와이번스 랜드를 ‘해피 존(1루)’과 ‘키즈 존(3루)’으로 확대 분리했다. 다른 방면에선 ‘해피 볼 서비스’ 캠페인을 시작해 소프트웨어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2009년의 스포테인먼트 2.0+, ‘야구장으로 소풍가자’였다. 스포테인먼트 3기 테마로 ‘스토리를 입히는 감성마케팅’으로 루트를 설정한 것이다. 야구장 주변 길을 혁신(피크닉 로드)했고, 프리미엄 존, 프렌들리 존, 패밀리 존, 바비큐 존을 만들어 야구관람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밖에 와이번스 숍을 오픈형 매장으로 재개장했고, 저소득층 자녀 대상의 ‘행복나눔 야구교실’을 개최해 오블레스 노블리주 정신을 실현했다.



그리고 2010년, SK의 마케팅 방향은 대전환을 감행하는데 야구 마케팅에 환경 코드를 접목시키는 그린 스포테인먼트를 들고 나온 것이다. 외야 잔디밭에서 야구를 볼 수 있도록 그린존을 조성했고,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구장 인프라를 재구축했다.

나아가 시즌 중 와이파이 존을 설치해 문학구장 안에서 유무선 통신을 가능케 하는 ‘IT 스포테인먼트’를 병행했다. 향후 SK는 그린에 복고 코드를 입히는 소위 ‘레트로 스포테인먼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주차시설 정비, 직원 친절도 향상 등 소프트웨어 강화로 2011년 100만 관중을 향한 새로운 항해지도를 그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