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21일 이대호가 사직구장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한 뒤 신혜정씨로부터 키스를 받고 있다(큰 사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신혜정 커플(작은 사진). 스포츠동아 DB,사진 제공|이대회·신혜정 부부
2010년 한국 프로야구의 아이콘, 이대호(28·롯데). 2006년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올시즌 9연속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고 마침내 공격부문 7관왕까지 차지한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그는 올시즌 내내 “장가 잘 가서 출세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동갑내기 아내 신혜정 씨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렇다면 아내 신 씨가 보는 이대호는 어떤 선수, 남편일까. 스포츠동아는 이대호의 7관왕 달성을 기념해 신 씨를 단독 인터뷰,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결혼생활·아내가 바라보는 남편 등에 대해 들었다.
○나를 눈물 흘리게 한 남자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1년 11월, ‘임수혁 돕기 일일호프’에서였다(이대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얼굴에서 빛이 났다. 그래서 무턱대고 무진장 쫓아다녔다’고 했다). “쉽게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이 아닌데, 처음부터 너무 적극적이어서 부담스러웠다. 큰 덩치도 조금 겁이 났다”는 게 신 씨의 기억. 6개월 가량 꿈쩍도 안했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작전을 바꿨는지 한동안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났을 때, 연인이 아닌 친구로 다가왔고 얼마 동안 그렇게 편안하게 지냈다.
웬만큼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이대호가 진지하게 고백했다. 어려웠던 가정사에, 부모님도 안 계시고, 가진 것도 없다며. “진심 어린 그의 말에 괜히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항상 밝은 표정의 그에게 그런 아픔이 있는지 몰랐고, 그런 아픔을 털어놓는 그에게 내 마음도 조금씩 열려갔다”는 그녀는 “바르게 잘 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래를 약속하게 된 가슴 아린 추억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2년 말, 이대호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게 된다. 유일한 혈육인 형(이차호 씨)도 군에 입대해 있는 상황. 아무도 그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신 씨는 이에 용기를 내 어머니께 말씀드렸고, 허락을 얻어 병 간호에 나섰다. 휠체어를 끌고 기나긴 수속 끝에 어렵게 시작된 수술, 예정시간보다 3시간이나 더 걸렸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후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이대호를 옆에서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쑥스럽지만 소변을 받아주고, 힘겨운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수술 후 이대호는 20kg 정도 살이 찌면서 야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마음 고생이 많았다. 야구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까지 했다. 이때 힘을 준 사람이 바로 신 씨. 이대호는 평소 “어렵고 힘들 때면 그 때를 생각하며 분발하곤 한다”고 했다. 신씨는 “그 어려움이 지금 행복의 밑바탕이 된 것 같다”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신혜정 씨는 ‘난 아직 (이)대호씨에게 부족한 아내’라며 “내년에는 야구선수 이대호의 아내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야구장 밖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사진 제공 | 이대호·신혜정 부부
○우린 아직도 연애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 대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지만 이대호의 군대 문제가 걸려 있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자 이대호는 ‘예비 신부’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엔트리 진입 여부로 논란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마음 고생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1년 후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다. 신 씨는 “사직구장 공개 프로포즈에 이어 작은 레스토랑에서 나만을 위해 열어준 또다른 프로포즈,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은 8년 연애를 하고 결혼했지만, “지금도 우린 1년째 연애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처음 연애할 때 설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행복하다고.
○남편은 ‘애교둥이’
“내 남편 이대호와 야구선수 이대호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9연속경기 홈런을 때릴 때는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는 신 씨는 “가끔씩 던지는 퉁명스런 말투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은 대호 씨에 대해 ‘다가가기 힘들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무섭다고도 하지만 내겐 다르다”며 감춰진 이대호의 모습을 살짝 공개했다. “대호씨는 나를 ‘사랑둥이’, 나는 ‘둥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둥이 씨는 정말 애교스럽다.” 100kg이 훨씬 넘는 거구인 그가 ‘애교를 떠는 모습’은 어떨까.
이대호는 요즘도 가끔 심야 영화티켓을 끊어놓고 같이 보자고 하는 자상함도 갖춘 남편이다. 요즘은 컨디션 조절에 방해될까봐 아내가 가지 말자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대호 씨는 가식적인 걸 싫어한다. 일부러 꾸미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속도 깊고, 욕심도 많다”는 그녀는 “경상도 말로, ‘깡다구’도 세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내조의 여왕? 부끄럽고 쑥스럽다
그녀에겐 여든이 넘은 친할머니가 계시는데,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 자라서인지 남편은 자신보다 더 할머니를 따르고 좋아한다. “내가 너무 고마울 정도”라는 게 신 씨의 말. “(친정)아버님이나 어머님, 모두 아들이 없으셔서 그런지(신 씨는 두 딸 중 맏이다), 대호 씨를 사위가 아닌 아들로 여기신다. 호칭도 ‘우리 아들’이다. 내가 섭섭할 정도로 ‘큰 아들’을 예뻐하신다”는 그녀는 “절에 가셔도 내가 아닌 남편을 위해 불공을 드리신다. 물론 대호 씨도 아들 역할까지 다 하지만…”이라고 했다.
신 씨는 구단 홍보팀을 통해 코멘트를 전한 적은 있어도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은 없다. 사실 얼굴이 공개되고,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것도 꺼리는 편. 혹시 말실수 할까봐, 남편에게 누가 될까 걱정해서다. 이대호가 시즌 내내 침이 마르도록 아내 칭찬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내조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녀는 “정말 부끄럽고 쑥스럽다. 남편에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내조의 여왕’이라니…. 앞으로 남편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