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달식.스포츠동아DB
가용 인원 9명으로 상대이순신 장군을 설명할 때, 흔히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갔다’고 말한다. 그는 문과를 공부하다 32세의 늦은 나이에,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성적으로 무과에 급제했다. 그리고 첫 근무지는 변방인 함경도였다. 어찌 보면, 여자농구대표팀 임달식감독(46·사진)의 인생행로도 비슷하다. 세미프로골퍼로의 외도. 그리고 2부 리그 조선대에서 지도자 생활 시작. 굴곡을 거쳐 여자프로농구 최강 신한은행 감독으로 활짝 꽃피운 것까지.
이제 임 감독은 체코에서 열리는 제16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서 또 하나의 명량해전을 준비하고 있다. 엔트리는 12명이지만, 선수들이 하나 둘 쓰러진 탓에 대표팀의 가용인원은 9명뿐. 이 선수들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변화무쌍한 수비전술로 23일 강호 브라질을 꺾는 등 선전하고 있다. 당시 외국기자들조차 “한국은 어떻게 40분 내내 존 디펜스를 구사하느냐”며 장신을 상대로 한 임 감독의 전술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제 벼랑끝 승부. 12강에 진출한 한국은 29일 일본전을 이겨야만 8강 진출이 가능하다.
임 감독은 “국제대회는 1경기가 국내리그 챔피언결정전 2경기 같다”고 했다. 태극마크의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솔직히 일본이 (12강에) 안 올라왔으면 하고 바랐다”고 고백할 만큼 한일전은 더 그렇다. 단 12척의 배로 133척을 격파한 명량해전은 체코에서 재현될 수 있을까. 임 감독은 “딱 5명이 남을 때까지는 해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브르노(체코)|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