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아파도 내색않는 상삼아 가끔은 어리광도 부리렴”

입력 2010-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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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홍상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홍상삼. 스포츠동아DB

■ 두산 홍상삼 어머니 최종숙씨

준플레이오프 3차전. 아들이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어머니는 TV를 켜지 못했다. 마운드에 서 있는 아들보다 더 긴장돼 중계화면으로도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부치지 못한 편지’의 주인공은 두산 홍상삼(20)의 어머니 최종숙 씨(47)다. 최 씨는 “가끔 아들이 내로라하는 야구선수들과 싸우는 투수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그래도 매일 구장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참 든든하다. 그동안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데 훌륭하게 자라줘 고마울 따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아들에게

아들, 그동안 표현은 잘 못했지만 요즘 엄마는 네 모습만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참 든든하단다. 품안의 자식인 줄만 알았더니 대형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다니, 우리 아들 이제 다 컸구나.

상삼이 넌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지는 걸 정말 싫어했지. 넉넉하지 않은 집안형편에 뭐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도 항상 당당했어.(홍상삼은 충암고 시절 대물림해 너덜너덜해진 선배들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도 14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프로에 입단했다) 엄마도 네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해주지 못한 게 너무 많구나.

야구선수를 아들로 둔 주위 엄마들은 학교에도 수시로 찾아가고 참 열심히 활동하잖아. 그런데 엄만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네가 던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우리 아들 글러브 하나 더 사줘야겠다’는 생각에 가게(최 씨는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에 온종일 붙어 있었단다. 쉬지 않고 일해도 특별히 잘했을 때 한두 번 사준 게 전부였지만….

엄마가 가장 마음 아팠을 때가 언젠지 아니? 새 양말을 신고 싶다고 떼쓰던 어린 너의 부탁을 애써 모른 척 하고 구멍난 양말을 꿰매 건넬 때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양말 한 켤레 사주는 게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싶은데 그때는 그런 여유조차 없었단다. 엄마도 바느질하며 참 많은 눈물을 흘렸어. 그래도 넌 기특하게 불평 한 번 하질 않았지. 사춘기 때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착한 아들이었어. 요즘도 부모 걱정 안 끼치려고, 고민이 있어도 혼자 삭히는 모습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고 그렇단다. 우리가 볼까봐 약봉지를 숨길 때나 가끔 지나치게 말을 아낄 땐 해준 게 없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내 아들 상삼아, 엄마 아빠가 충분히 못 해줬음에도 훌륭히 자라줘서 고맙다. 요즘 너무 훌쩍 커버린 것 같아 섭섭할 때가 있는데, 가끔은 어리광 좀 부려줬으면 좋겠고.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아프지 말고 몸 관리 잘 하자. 아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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