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랙] 박한이 “‘그 공’ 노리고 있었는데 딱 던지더라”

입력 2010-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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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삼성라이온즈 대 두산베어스 1차전 경기가 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1,2루 삼성 박한이가 두산 정재훈을 상대로 우월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시즌초 대타·대수비 이 악물고 극복…올 시즌 63타점…선감독 다시 중용
삼성 박한이(31)에게 지난 겨울은 잊고 싶은 시기였는지 모른다. 2009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소속팀 삼성은 물론 어느 구단도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열흘간의 우선협상기간뿐 아니라 20일간의 타 구단 접촉기간을 모조리 허송세월했다.

2001년 삼성 입단 후 2009년까지 4시즌에 걸쳐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리고 중견수와 1번타자를 맡아 꾸준히 팀에 기여했다고 자부해온 그에겐 크나큰 상처의 시간이었다.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을 불과 수일 앞두고 시간에 쫓기듯 2년간 총액 10억원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개막된 직후에도 순탄치 않은 나날이 거듭됐다. ‘세대교체’를 작심한 선동열 감독은 3월 27일 LG와의 개막전부터 대뜸 프로 3년차의 이영욱을 1번 중견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개막전에서 박한이는 고작 대타에 불과했다.

선 감독은 “수비력이 아까우니 잠실 같은 큰 구장에서 경기할 때는 좌익수 최형우 대신 박한이를 기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한이의 설자리는 어느 해보다 좁아 보였다.

시즌 초반 대타와 대수비를 전전하던 박한이. 그러나 4월 2일 대전 한화전부터 스타팅 멤버로 나서자 오기가 서린 한방을 퍼부어댔다. 4월 한달간 23경기에서 타율 0.342, 5홈런, 18타점을 올리며 잃었던 자리를 되찾는데 성공했고, 5월에도 22경기에서 타율 0.357, 8타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타율과 최다안타에서 롯데 홍성흔과 1위를 다투기도 했다.

 “첫번째 혈투 좋았어!” 한국시리즈를 향한 양 팀의 승부욕은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폭발했다. 두산 7명, 삼성 6명의 투수가 동원된 혈전은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7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 삼성 선수들이 9회 1점차 승리를 지킨 안지만 주위에 모여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6∼7월 무더위에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올시즌 그의 손에 쥐어진 최종 성적표는 128경기에서 타율 0.301, 11홈런, 63타점으로 한창때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고진감래.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자 선 감독의 시선도 달라졌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6일 미디어데이에선 키플레이어로 박한이를 지목했다. 젊은 선수 위주의 라인업에서 고참의 경험이 중요하다며 박한이를 1차전부터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1차전에 박한이는 당당히 1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감독의 기대대로 마침내 큰 일을 해냈다.

2-5로 뒤진 채 8회말을 맞은 삼성은 김상수의 좌전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고, 계속해서 2사 1·2루의 찬스가 박한이에게 돌아왔다.

마운드엔 두산 마무리 정재훈. 침착히 2개의 볼(직구-포크골)을 골라낸 박한이는 궁지에 몰린 정재훈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째 포크볼(시속 126km)을 힘차게 걷어올렸다. 한복판 높게 들어온 실투였다. 타구는 쏜살 같이 대구구장 밤하늘을 날아 외야 우측 스탠드에 꽂혔다. 6-5, 눈 깜짝할 새 전세가 뒤집어졌다. 박한이의 화려한 가을을 알리는 축포일지 모른다.

박한이의 말:“치는 순간 홈런 직감”

큰 경기다 보니 출루를 목적으로 생각했다. (홈런을 친 공은) 노리고 있던 공이었는데 실투한 것 같다. 떨어지지 않았다. 치는 순간 홈런인줄은 알았다. 잘 맞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팀은 불펜이 좋기 때문에 뒤에 가서 뒤집을 수 있다고 봤다. 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8회 김상수가 안타를 치는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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