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일전은 어느 A매치보다 격렬했다. 붉은 색과 푸른 색 유니폼이 엉킬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정신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아래다’는 평을 의식한 듯 일본 선수들은 90분 내내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태극전사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5년 만에 홈에서 벌어진 한일전. 6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정신력만큼은 뒤질 수 없었다.
자연스레 거친 플레이가 속출했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희생자’가 나왔다. 이청용이 일본 진영 오른쪽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받기 위해 상대 오른쪽 풀백 고마노 유이치와 공중 경합을 펼쳤다. 이청용과 부딪힌 고마노는 한 동안 쓰러져 있더니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우치다 아츠토와 교체됐다.
복수라도 하듯 전반 18분에는 엔도 야스히토가 우리 진영 왼쪽에서 이청용에게 발을 높이 들어 태클을 시도했다. 이청용이 껑충 뛰어 피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곱게 정돈돼 있던 잔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화에 패여 ‘누더기’가 됐다. 경기장 관리 직원들이 하프타임 때 모두 달려 나와 잔디를 꾹꾹 눌러 새로 단장했다. 한일전이 단순한 친선전을 넘어 양 국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제대로 보여준 한 판 승부였다.
상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