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개막전] 23점 17R…로벌슨 ‘승부근성’ 폭발

입력 2010-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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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부상 등 팀 전력 완전치 않아
특유의 탄력 발휘하며 코트 종횡무진
우리은행 꺾고 삼성생명에 첫승 안겨


2009년 11월이었다. 8연승을 달리던 삼성생명은 숙적 신한은행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삼성생명 킴벌리 로벌슨(178cm)은 이전 경기에서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팀 훈련에도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호근 감독에게 출전을 자청했고,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신한은행을 격파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 절룩거리며 인터뷰실에 들어온 로벌슨은 “강팀이라 더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저 놈이 승부근성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팀이 위기에 처할수록, 투혼을 발휘하는 로벌슨. 2010∼2011시즌의 첫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일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개막전. 새 시즌을 맞는 이호근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9월말 체코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치르느라 팀의 중심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박정은(180cm)은 무릎인대가 늘어나 3주 가량 출전이 불가능. ‘박정은의 단짝’ 이미선(174cm)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자농구의 인기회복과 나라를 위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 속에는 큰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우리은행이 지난시즌 최하위라고는 하지만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2쿼터까지는 우리은행 양지희(14점) 등이 분전하며 32-30 삼성생명의 근소한 리드.

하지만 삼성생명은 3쿼터 시작과 함께 치고나갔다. 선봉장은 ‘거침없는 그녀’ 로벌슨. 이종애의 연속 5득점으로 37-32로 앞서가자 로벌슨은 8점을 연달아 몰아넣으며 점수차를 45-36까지 벌렸다. 득점 뿐만이 아니었다. 고비마다 혼혈선수 특유의 탄력을 발휘해 리바운드를 건져올렸고, 종횡무진 코트를 휘저으며 상대의 코트밸런스를 흐트러트렸다.

결국 삼성생명은 23점·17리바운드를 기록한 로벌슨의 활약에 힘입어 74-54로 승리했다. 이종애 역시 25점·9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올 시즌에는 로벌슨에게 견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기를 마음대로 발휘할 수 있게끔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한 것이 잘 통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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