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의 유럽 연수기] “과학적 스카우트 시스템에 입이 쩍”

입력 2010-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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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연수 중인 정해성 전 대표팀 수석코치(왼쪽)가 에스파뇰 클럽 훈련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나대표 출신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⑥ 에스파뇰의 선진기법

RCD 에스파뇰 구단을 찾았다가 잠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추억에 젖어들었다. 에스파뇰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38).

현역 시절 수비수로 활동했고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포체티노는 한일월드컵 때 ‘숙적’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오언에게 파울을 해 페널티킥을 내 준 비운의 주인공이다. 페널티킥을 데이비드 베컴이 성공시켰고 그날 패배로 아르헨티나는 결국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내가 당시 한국대표팀의 수석코치였다고 말하자 포체티노가 깜짝 놀라며 당시 한국은 정말 대단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어깨가 으쓱했다.

에스파뇰은 1900년 카탈루냐 대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클럽이다. 에스파뇰은 스페인 클럽 가운데 6번째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2009∼2010시즌부터 프랏의 새 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옮겼는데 얼마 후 팀 주장이자 핵심 선수였던 다니 헤르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구단은 헤르케의 등번호 21번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새 구장의 21번 게이트를 ‘다니 헤르케 게이트’로 명명했다. 이곳은 여전히 추모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홈경기 전반 21분에는 관중들이 일제히 하르케를 추모하며 박수를 친다.

남아공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성공시킨 이니에스타의 유니폼 안 속옷에 ‘다니 헤르케 언제나 우리들과 함께’라고 적혀 있던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에스파뇰에서 기술분석 겸 체력담당자 헤수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헤수스는 작년까지 사우디 알 이티하드에서 일을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헤수스가 자신의 컴퓨터 안에 있는 각종 자료를 봤는데, 역시 놀라웠다. 이 중 스카우트 시스템을 소개해본다.

일단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이사)와 감독이 미팅을 통해 어떤 포지션의 어떤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한 지 결정한다. 이후 스페인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유럽 북중미 등 5군데에 광범위하게 파견돼 있는 스카우트가 레이더망을 가동한다.

적격인 선수가 있다 싶으면 정보 분석 파트에서 해당 선수에 대해 언제 다쳤고 수술은 어떻게 했고 우리 팀에 맞을 것 같은지 등을 파헤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비디오 촬영 분석팀에서 그 선수가 최근 경기한 동영상을 뽑아 정리해서 DVD로 만든다.

디렉터와 감독은 이 DVD를 보고 영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각 파트별로는 절대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 선수 영입에 개인적인 감정이 녹아드는 것을 방지하고 책임 소재도 확실히 가려내기 위해서다.

에스파뇰은 1년에 7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경기 동영상을 영국의 스카우트 세븐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얻는다. 이곳에는 전 세계 리그의 모든 경기를 다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희귀한 동영상이 필요하면 홍콩 같은 곳을 방문해 어렵게 구하는 한국의 현실이 떠올라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에스파뇰에서>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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