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감독, 스포츠동아 DB
박종훈 감독 “이제는 싸우겠다!” LG 박종훈 감독이 독해졌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후 주전과 비주전 구분 없이 밤낮으로 혹독한 가을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박종훈 감독의 야심
8년간 가을잔치 들러리 독기만 남아지난달부터 땀방울 ‘죽음의 스케줄’
“마운드 보강 절실…내년엔 승부수”
“내년 이맘때는 진주에 오지 않도록 하겠다.”
LG 박종훈 감독(사진)이 혹독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며 내년 시즌을 벼르고 있다. 2003년 이후 올해까지 8년간 가을잔치의 들러리로 전락한 쌍둥이호를 반드시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이다. “내년에는 진주에 오지 않겠다”는 얘기는 그 기간에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싸우겠다는 뜻이다.
○80일간의 장기 마무리훈련
LG는 지난달 26일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이틀만 쉬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달 29일 1박2일간 워크숍을 실시한 것부터가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10월 3일부터 마무리훈련에 들어갔다. 일부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대부분의 선수는 남해와 진주 캠프에서 29일까지 마무리훈련을 소화하는 일정. 매일 오전 7시 산책을 시작으로 야간훈련까지 소화한다. 그리고 이틀만 쉰 뒤 11월 1일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출발해 12월 20일까지 마무리훈련을 이어가는 ‘죽음의 스케줄’을 계획하고 있다. 참가선수만 무려 45명, 코칭스태프와 지원요원까지 합치면 70명에 달한다. 총 마무리훈련 기간만 무려 80일이 넘는다. 1군 주력선수도 예외가 없다. 부친상을 당한 뒤 49재가 남아있는 이병규만 국내에서 훈련한다. 내년 1월 초 선수단을 소집해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어서 LG 선수들은 비시즌에도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처지다. 박 감독은 “포스트시즌에도 못간 팀이 우승팀(SK)보다 훈련이 적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쟁이다
박 감독은 사령탑 첫해를 돌아보면서 “솔직히 후회도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시즌 운영 계산에서 미숙했던 부분을 시인하면서 “‘면’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다면’이라는 희망적인 가정과 셈법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고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박 감독은 “외부에서 볼 때와 달리 직접 시즌을 운영해보니 마운드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등을 통해 마운드를 보강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는 “고만고만한 투수는 사실 우리 팀에도 많다. 10승 이상을 보장하는 투수만 있다면 어떤 출혈도 감수하겠지만, 다른 팀들도 대부분 투수 때문에 고민인데 트레이드가 쉽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나 그에게 ‘언제부터 승부를 걸 것인가’라고 묻자 “내년부터”라고 답했다. 계약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아있지만 싸움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감독은 “목표를 낮게 잡으면 거기에 안주한다.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올해는 견제세력 육성과 팀 분위기 쇄신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싸워야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