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태블릿 PC는 뭘까?

입력 2010-10-29 09: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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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80일 만에 300만 대 판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가 세운 기록이다. 시간당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2.3초에 한 대꼴로 팔린 셈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에 따르면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2010년 4월 3일 출시 이후 28일 만에 100만대, 59일 만에 200만대를 돌파했고 6월 21일 총판매량 300만대 고지를 찍은 후, 10월 현재 420만대 가까이 도달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포춘은 내년 아이패드의 예상판매량이 2,5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아이패드의 성공에 힘입어 유사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모토로라, 삼성, 델, HP, 노키아 등 쟁쟁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다양한 태블릿 PC를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인도 정부도 35달러(한화 약 4만 2천 원)선의 저가형 태블릿 PC를 개발 중이고 중국에는 짝퉁제품 아이페드(iPed)가 정품의 4분의 1 가격에 팔린다. 이제 세계의 관심사는 아이패드라는 제품에서 태블릿 PC라는 제품군으로 점차 넘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태블릿 PC 광풍이 몰아치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는 아직 조용한 분위기다. 아이패드가 아직 공식적으로 상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견기업 엑스퍼트가 국내 최초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아이덴티티탭을 선보였지만 체감 강도는 아직 높지 않다. 업계에서는 아이패드와 삼성의 갤럭시탭이 격돌하는 11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태블릿 PC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의 평온함은 단지 폭풍전야일 뿐이다.


태블릿 PC,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태블릿 PC는 키보드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하는 차세대 플랫폼 PC다. 크기는 스크린 기준으로 10인치에서 5.5인치로 다양하며 외양은 디지털액자와 비슷하다. 대부분 제품별로 전용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있으며 무선인터넷, 동영상재생,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사용 등 다양한 활용도를 갖추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크기와 성능 면에서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스마트폰과 비교하자면 성능은 우월하지만 휴대성은 떨어진다. 아이폰4의 경우 16GB와 32GB 모델로 나뉘지만 아이패드는 16G, 32GB, 64GB 모델이 존재, 용량 선택의 폭이 넓다. 아이폰의 저장용량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아이패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에는 아이패드가 제격이다. 또한 스크린이 커서 2인 이상의 인원이 함께 동영상을 감상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휴대성에서는 스마트폰을 따라갈 수 없다. 생각해보라. 한 손에 짐을 들고 있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전화와 문자메시지(SMS)의 활용이다. 일부 태블릿 PC가 전화 기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휴대폰 대신 태블릿 PC를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이 따른다. 더구나 휴대폰과 태블릿 PC가 각각 다른 전화번호를 사용하게 된다면 굳이 통화기기로 태블릿 PC를 쓸 이유가 없다. 따라서 태블릿 PC를 구매한다고 해서 기존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스마트폰을 해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트북과 비교하자면 반대의 상황이 된다. 휴대성은 뛰어나지만 성능 면에서는 부족하다. 노트북은 이동하면서 쓰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사용할 일이 생기면 일단 앉을 곳을 찾아야 한다. 노트북을 담을 모범생 책가방을 메고 다니거나 척추 트위스트를 감수하고 크로스백을 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노트북이 ‘어깨나 등에 메는’ 이동식 PC라면 태블릿 PC는 ‘손에 들고 다니는’ 이동식 PC다. 지하철에 탔는데 만석인 경우, 서서 이용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가 곧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차이다.



반면 성능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태블릿 PC의 성능은 노트북은 물론 넷북에도 훨씬 못 미친다. 전용 OS를 탑재해 일반 PC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단점이다. 데스크탑에서 작업하던 업무를 옮겨와야 할 경우, 평소 즐기던 온라인게임을 하고 싶을 경우, 감상하던 영화를 마저 이어보고 싶을 경우 등 노트북이 필요한 상황은 생각보다 많다. 태블릿 PC가 출시된 이후 넷북의 판매량은 급감했지만 성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노트북의 판매량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태블릿 PC의 경쟁상대는 누구일까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중간 위치에 놓여 있다고 해서 태블릿 PC가 양쪽 플랫폼을 흡수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불성설이다. 저칼로리 햄버거가 웰빙족과 인스턴트 마니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발상과 같다.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햄버거 자체를 먹지 않을 것이고,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풍미가 덜한 저칼로리 식품 대신 빅맥을 선택한다. 태블릿 PC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신규가입자나 넷북 이용자를 일정 부분 잠식할 수는 있지만 전체 파이에서 보면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PC는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태블릿 PC의 코어 타깃은 어디일까. 태블릿 PC를 제조하는 기업들의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의 갤럭시탭 공식 프로모션 영상에는 영화나 TV쇼를 감상하는 모델들이 등장한다. 또한 주가 검색, 길 찾기, 게임, 화상 전화, 채팅 등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총망라되어 있다. 기존의 내비게이션, PMP, 휴대용 게임기, e북 리더기, 전자사전이 담당했던 역할이다. 갤럭시탭이 3G 화상 통화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대신 전화로 활용하는 모습이나 노트북 대신 업무에 활용하는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광고만 봐도 태블릿 PC가 노리고 있는 시장이 어딘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태블릿 PC가 활성화되면 PMP 시장과 e북 시장이 급격하게 사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태블릿 PC는 내비게이션, PMP, 휴대용 게임기, e북, 전자사전의 시장을 토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스마트폰 신규가입자와 넷북 사용자의 일부도 흡수될 전망이다. 이 정도 규모를 모두 흡수한다면 태블릿 PC 시장은 무시 못할 수준으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이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나
국내 태블릿 PC 시장에는 아이덴티티탭이 제일 먼저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직 확실한 선점 효과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11월에 출시되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아이덴티티탭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2강 1약’ 체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정설이다. 이 중 어느 제품이 승리를 차지할 것인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제품 성능에 따라 사용자의 선호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이 강점이다.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에 일부 업체들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또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도 있다. 아이폰에서 구매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 비용 없이 아이패드에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화면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화질 저하가 일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영화나 TV 드라마를 다운받을 수 있는 ‘아이튠즈’라는 든든한 배경도 한몫한다.


갤럭시탭의 경우 아이튠즈에 해당하는 ‘미디어 허브(Media Hub)’가 있지만 우수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경쟁제품들에 비해 배터리 사용 시간(동영상 재생 시 최대 10시간)이 가장 긴 것도 장점이다.

갤럭시탭은 아이패드보다 컴팩트한 디자인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 스크린 크기는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지만 갤럭시탭의 7인치 스크린이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델과 RIM 등 후발주자들의 태블릿 PC들이 7인치 규격을 채택하면서 갤럭시탭의 크기가 태블릿 PC의 표준규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7인치 태블릿 PC는 나오자마자 사망”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도 7인치 규격의 제품들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아이패드에는 없는 화상회의 기능, 플래시 등을 지원하며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이덴티티탭은 초심자들에게 적합하다. 성능은 앞의 두 제품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미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나 태블릿 PC의 활용이 제한적인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알맞다.



어디나 변수는 있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 대비 성능은 중요한 변수다. 재벌 여자친구를 둔 ‘행복전도사’ 개그맨 최효종이 아니라면 비용은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이패드의 가격은 499달러에서 829달러로 한화로 60만~100만 원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탭의 경우 미국 출시 가격이 600달러로 70만 원 안팎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덴티티탭의 가격은 49만 원이다.

여기에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단말기보조금이 영향을 미친다. 아직 통신사별로 구체적인 요금제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모두 2년 약정 기준 30만~50만 원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덴티티탭은 2년 약정으로 월 2만 7천 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무료다. SKT와 KT가 어떤 요금제를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는 바뀔 수 있다.


이 밖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통신사와 제조사에 대한 선호도, 마케팅 방법, 스마트폰 소지 여부 등 구매에 미치는 요소는 많다. 소비자의 니즈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거기에 수렴하는 제품과 요금제를 내놓는 쪽이 최후에 웃는 승리자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호락호락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글 / 서동민(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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