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을 쳐도, 20홈런을 넘겨도 주전자리를 확약할 수 없는 두산. 끊임없이 새 얼굴들이 탄생해, 마무리 훈련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화수분 야구의 수장 김경문 감독은 그래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외야 경쟁에 뛰어든 정수빈(왼쪽)과 국가대표 2루수였던 고영민을 밀어 낸 오재원,스포츠동아DB
두산 훈련장에 감도는 긴장감
정수빈·임재철 급성장 주전외야 호시탐탐좌익수 김현수·우익수 이성열도 안심못해
2루도 오재원이 고영민 추월 팽팽한 2파전
두산의 자체경쟁은 외부경쟁만큼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마무리훈련이 이제 막 시작됐지만 선수단 사이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선수들의 훈련을 바라보던 김경문 감독도 “이제 감독이 나서서 뭘 따로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백업선수들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붙박이주전’의 개념이 사라졌고, 자율경쟁체제 때문에 어느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외야 … 김현수도 방심할 수 없어
올시즌 두산 외야는 주로 김현수(좌익수), 이종욱(중견수), 이성열(우익수)이 맡았다. 그러나 내년 시즌 상황은 또 다르다. 포스트시즌에서 정수빈과 임재철이 맹활약하며 외야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임재철은 올 가을잔치에서 1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 6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안타수는 비록 9개였지만 모두 필요할 때마다 나온 영양가 만점짜리였다. 특히 플레이오프 3차전 끝내기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동점2타점2루타를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수빈도 9경기에 출장해 총7타점을 올리며 이종욱과 타점부문 공동 2위(1위 김동주 9타점)에 올랐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대타 쐐기3점홈런을 때려내며 MVP로 뽑혔다.
만약 정수빈이 선발출장하면 아무리 김현수라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실제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김현수 대신 정수빈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이성열도 24홈런을 때려내는 등 제 몫을 했지만 가을잔치에서는 임재철에게 선발자리를 내줬다.
○내야 … 고영민도 오재원에게 밀린 상태
내야경쟁도 만만치 않다. 붙박이 내야수는 유격수 손시헌과 3루수 이원석밖에 없다. 2루는 고영민과 오재원의 2파전이다. 김 감독은 “(고)영민이가 (오)재원이에게 밀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2시즌 동안 국가대표 2루수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제자에 대한 아쉬움과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1루에는 최준석이 주로 나서고 있지만 정수빈이 좌익수로 배치되면 김현수가 1루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또 김 감독이 “캠프 때 이두환을 지켜보겠다”고 선언한 만큼 경쟁률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재철은 팀내 주전경쟁에 대해 “아무래도 1군과 1.5군 가리지 않고 출중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내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주전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테랑이어서 더 기회를 주거나 신인이라고 기용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발출장에 대한 평가기준은 실력 하나다. 젊은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