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못 이룬 꿈? 게임에서 이룬다

입력 2010-11-01 18:30:1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실성 갖춘 게임 통해 대리만족 느끼는 게이머들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은 하나 같이 거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꿈들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저런 꿈을 꿨던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어린 시절의 희망대로 자라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의 소수에 불과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에 꿨던,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했기에 더욱 간절한 어린 시절에 가졌던 장래희망에 대한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은 이런 희망이 현실이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게임들이 있다. 빼어난 그래픽, 전문가의 조언을 참조해 실존하는 요소를 게임의 콘텐츠로 담아내는 게임들이 그 주인공이다. 상상으로만 떠올렸던, 이제는 일상에 치여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된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로 돌려주는 게임들은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게임들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면 이번 연말에 출시 예정인 PS3용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5를 꼽을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 5는 프로 레이서의 꿈을 꾸던 한 게이머가 게임으로 연습을 해 실제 프로 레이서로 데뷔한 사례를 남긴 전적이 있을 정도로, 현실성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실존하는 다양한 명차의 성능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고, 세계 곳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도로를 게임에 그려내고 있어, 정말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하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강점이던 그래픽과 현실성 부분이 더욱 강조됐다. 레이스를 펼치는 중에 날씨가 변하거나, 차창에 튄 빗방울에 차의 진행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흐트러지는 모습, 오프로드 레이싱에서는 차체에 먼지가 묻는 효과까지 그려내고 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게임 그래픽과 실제 사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장인집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폴리포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래픽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강조됐다. 시리즈 최초로 관성이나 충돌에 의해 차량이 전복되는 효과까지 구현하고 있으며, 차량끼리 충돌할 경우에도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레이싱 게임 마니아들이 그란투리스모 5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5가 레이서가 된 기분을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게임이라면,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듬액션 게임 락밴드 시리즈는 '락 스타'의 기분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락밴드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과거에 인기 있었던 인기 곡들을 게이머가 직접 기타, 베이스, 드럼 등으로 연주하고 마이크를 통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등, 실제 락밴드가 된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수 없이 연주가 진행되면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거나, 이들의 함성이 커지는 연출과 실제 음악과 정확히 일치하게 드럼을 두들기고 기타 코드를 짚는 캐릭터들의 묘사를 통해 게이머들은 마치 실제 밴드 공연을 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락밴드의 제작사 하모닉스는 이번 작품에서 아울러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등 하나의 곡을 4가지로 구분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키보드 파트를 추가해 보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재미를 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실제 연주를 하는 기분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타나 키보드로 하나의 곡을 실제로 연주 할 때 짚어야 하는 코드를 그대로 재현한 '프로 모드'를 새롭게 추가해, 리듬액션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맛을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통해 실제 락 음악을 연습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게임을 발전시킨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이 시각적, 청각적 콘텐츠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가상 체험을 제공하는 게임들이었다면, 풋볼 매니저 시리즈는 순수하게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프로 축구팀의 구단주, 감독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게임이다.

흔히 'FM'이라 불리는 이 게임은 선수를 선발하고, 경기의 전술을 짜고, 적절한 용병술로 경기마다 승부를 펼치는 것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를 찾고 이들과 계약을 맺는 구단 운영의 재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축구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도, 실감나는 사운드도 없지만 이 게임이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축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구현하고 있다는 것과, 수치화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능력치를 데이터로 적절하게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FM 시리즈에서 유망주로 선정 된 무명 선수가 몇 년 후에 실제 축구계에서 '블루 칩'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FM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구단 운영 시뮬레이터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란투리스모의 팬을 자처하는 한 게이머는 “어디까지나 취미생활로 즐기는 게임이지만, 게임을 즐기면서 실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어 즐겁다”라며, “현실 여러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게임 종류의 게임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