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지누션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말해줘’에 엄정화는 후렴구를 부르며 함께 했다. 이 노래에서 엄정화는 피처링을 했을까, 듀엣곡 가수로 참여했을까. 힙합듀오 슈프림팀의 ‘그땐 그땐 그땐’에 보컬로 참여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영준의 경우는 어떨까. 지누션과 슈프림팀에 따르면 엄정화는 피처링이고, 영준은 듀엣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하지만 엄정화는 ‘말해줘’에서 노래 전체 분량의 1/4밖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후크(hook·청취자의 구매욕을 자극시키는 노래의 중요 멜로디)를 맡아 듀엣곡처럼 들린다. ‘그땐 그땐 그땐’은, 리듬 위주 힙합곡에 서정성을 살리기 위해 보컬 피처링을 기용하는 힙합음악의 일반적인 사례 같지만, 슈프림팀은 영준을 듀엣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가요계에는 피처링이 흔한 일이 되면서 피처링과 듀엣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과거에는 객원가수가 노래에 얼마만큼 참여했는지에 따라 피처링과 듀엣을 구분했지만, 현재 우리 가요계에서는 피처링이 마치 의무적인 작업인 듯 이뤄지면서, 대중이 듀엣과 혼동할 만큼 발전되기도 하고 혹은 변질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피처링과 듀엣을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 됐다. 다만 음반 제작자가 음반재킷에 피처링(feat.)으로 표기하느냐, 듀엣(with)로 표기하느냐에 따르면 될 일이다.
굳이 단어적 의미를 구분하자면, 피처링(featuring)은 흔히 보컬이나 랩, 연주 등 필요한 부분의 뮤지션을 게스트 형식으로 작업에 참여시켜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하고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시도하는 일이다. 듀엣(duet)은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의 노래나 악곡을 함께 부르거나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