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할리우드면 다야? 제대로 대접해라!” 미국 콧대 꺾은 박중훈의 ‘아메리칸…’

입력 2010-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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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 스포츠동아DB

박중훈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 스포츠동아DB

배우 박중훈은 11 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활짝 웃는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놓았다. 25년 전인 1986년 11월11일, 영화 데뷔작 ‘깜보’의 첫 촬영을 한 날을 자축한 것이다. 그는 “2 5년 동안 40편의 영화를 했다”면서 “관객 여러분이 먼저 버리지 않는다면 결코 내가 먼저 배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40편에 달하는 박중훈의 출연작 중에 ‘아메리칸 드래곤’이 있다. 박중훈은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을 맡은 첫 한국 배우가 됐다.

1996년 오늘, 박중훈은 ‘아메리칸 드래곤’ 촬영을 위해 캐나다로 출국했다. 영화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사가 된 김형사(박중훈)와 미국 형사(마이클 빈)가 마피아에 맞서 벌이는 형사물. ‘덤 앤 더머’의 할리우드 오라이온 스튜디오 제작이고, 한국의 대우시네마가 함께 참여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박중훈이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은 그해 10월 초. 1990년대 최고의 배우 자리를 차지한 그가 1990

년대 초반 미국 뉴욕대에서 연극학 석사 학위를 취득,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배우였던 것이 제안에 힘을 더했다. 11월 초부터 출연 계약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오라이온 스튜디오는 그에게 6000만원의 출연료를 제시했다. 한국 배우로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박중훈은 이를 거절하고 불쾌감을 감추며 한국영화 출연료보다 많은 2억4000만원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 촬영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데 따른 보상까지 포함시켜달라고 했다.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미국 제작사는 박중훈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 특히 한국 배우의 자존심을 깎는 제안까지 했다. 한국 이름 발음이 어려우니 ‘박중훈’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라는 것과 영어 발음에 대한 의구심 등이었다.

박중훈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고, 결국 미국 측은 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어 침대와 샤워 시설을 갖춘 전용 휴식공간 겸 분장차, 최고급 호텔, 개인 운전기사와 분장사, 개인 스케줄 전담 조감독까지 제공받으며 카메라 앞에 나설 수 있었다.

1998년 11월21일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는 무명배우인 만큼 차근차근 지명도를 높여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리고 2002년 ‘찰리의 진실’로 또 한 번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의 명성을 확인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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