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정태춘·서태지 음반 사전심의 저항…표현·예술창작의 자유 날개를 달다

입력 2010-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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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왼쪽)·박은옥 부부. 스포츠동아DB

10월25일 가수 정태춘은 부인 박은옥과 함께 자신들의 모든 노래에 대한 음원을 온라인 서비스하기로 했다. 절판된 앨범들에 대한 팬들의 재발매 요청이 이어지자,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하지 않던 방침을 바꿔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노래를 전하려는 또 다른 의지이기도 했다.

그 노래가 실린 앨범 가운데 1990년작 ‘아! 대한민국’과 1993 년에 내놓은 ‘92년 장마, 종로에서’가 있다. 두 앨범은 정태춘이 당시 공연윤리위원회(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제작, 판매한 것이었다.

이는 ‘음반을 제작하기에 앞서 공륜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을 위반한 행위여서 정태춘은 1994년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그는 음비법이 규정한 사전심의제와 관련, 위헌법률제청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무려 60여년 동안 이어져온 사전심의제는 다시 격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논란 끝에 1995년 오늘, 국회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를 핵심으로 한 음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음반 사전심의제가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실질적으로는 입법예고 기간 6개월이 지난 이듬해 6월4일 공륜의 마지막 심의 이후 6월7일 완전 폐지됐다.

이전까지 음반 제작자들은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에 가사 및 악보를 제출, 발매 전 심의를 받아야 했다. 1933년 일제의 ‘레코드 취체 규칙’으로부터 시작된 사전심의제는 표현과 예술창작의 자유, 검열 금지 등에 관한 헌법 정신과도 배치됐다. 또 전근대적인 문화 감시 및 검열과도 같았고 많은 대중음악인들은 꾸준히 폐지를 요구했다.

정태춘이 제기한 사전심의제 폐지 요구는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해 또 다시 점화됐다. 4집에 실린 ‘시대유감’의 노랫말에 대한 공륜의 수정 지시 및 불가 판정을 받자, 음반에 노랫말을 삭제한 채 연주곡만 넣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요구는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그보다 앞서 1992년 강산에 역시 ‘돈’의 사전심의와 관련해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저항했다.

정태춘 등 대중음악인들은 음반 사전심의제가 실질 폐지된 날인 1996년 6월7일부터 3일 동안 서울대 문화관에서 이를 기념하는 콘서트 ‘자유’를 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역시 ‘시대유감’의 노랫말을 담은 새 앨범을 내놓았다.

같은 해 10월31일 헌법재판소는 음반 사전심의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음반 사전심의가 비로소 세상에서 ‘삭제’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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