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신태용 감독의 아내 차영주 씨는 팀을 이끌며 심신이 힘든 상황에서 자상한 문자를 자주 보내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포츠동아DB
“선수때도 위장에 탈난적 없는데…속끓이는 모습에 그만두란 말도”
“선수 때부터 위장에 탈 한 번 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40)의 아내 차영주(39) 씨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합니다. 차 씨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성남의 준PO 패배를 지켜봤습니다. 아시아를 정복한 성남의 국내 시즌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남편에게 위로의 한 마디 전해달라고 하자 차 씨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이끌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올 한해 농사 정말 잘 지었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라고 답합니다.
어쩌면 “위로를 해 달라”는 게 우문이었을 겁니다. 감독 부임 2년 차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감독에게 위로라니요.
신 감독은 취재진 앞에 서면 늘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무던히 속을 끓였나 봅니다. 위는 누구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그가 올 초부터 위염으로 고생했고 경기 전날 새벽 응급실에 실려가 링거를 맞은 일도 다반사였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감독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차 씨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네요.
이런 역경 속에서 아내의 응원은 신 감독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었겠죠. 신 감독은 중요한 경기나 원정을 앞두고 종종 아내와 두 아들의 응원을 받았다며 자랑(?)하곤 합니다.
문자의 내용을 묻자 차 씨는 “아마 아직도 연애하느냐고 하실 걸요”라며 쑥스러워 합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게 1995년 4월,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하루에 30여 통의 문자를 주고받는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차 씨는 아직도 신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웃음 짓습니다.
차씨가 다음 달 국제축구연맹(FIFA)클럽월드컵을 앞둔 남편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냅니다. ‘오빠 뒤에는 나와 아이들 그리고 늘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가 있으니 마음 편하게 갖고 멋진 경기 보여줘.’
신 감독이 아내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답하겠죠.
‘영주야, 고맙다. 사랑한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