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필드에선 이런 일이] 역대 최다타수차 역전 우승…양용은 ‘뒤집기 쇼’

입력 2010-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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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은 10월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10타차 역전 우승이라는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메이저 챔피언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승컵에 키스하고 있는 양용은.

양용은은 10월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코오롱 제5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10타차 역전 우승이라는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메이저 챔피언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승컵에 키스하고 있는 양용은.

5.양용은 10타 차 역전 드라마
양용은의 기억 속엔 아픈 과거가 있다. 4월 고향 제주도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컷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메이저 챔피언의 자존심이 구겨진 순간이었다. 10월 양용은은 다시 국내 무대에 출전했다. 3년 전 우승했던 코오롱 한국오픈이었다. 대회장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는 수천 여 갤러리가 운집하는 성황을 이뤘다. 양용은을 따라다니는 갤러리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좋지 않았다. 첫날 3오버파 74타를 치며 공동 64위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이어 또 다시 컷 통과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4월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2라운드부터 슬슬 발동을 걸었다.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간신히 예선 통과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서는 메이저 챔피언의 저력이 살아났다.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려 ‘역시 양용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우승을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첫날부터 선두로 나섰던 노승열의 기세가 무서웠다. 양용은에 무려 10타, 2위와도 5타 차나 앞서 있었다. 4라운드 아침까지도 분위기는 노승열 쪽으로 기울었다. 연습그린에 몰려든 갤러리들도 노승열의 우승을 믿으며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경기 시작과 함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반전이었다. 잘 나가던 노승열은 갑자기 난조를 보였고, 컷 탈락을 걱정했던 양용은은 날개를 달았다. 노승열은 1번홀부터 티샷이 나무 아래에 떨어져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보기를 적어냈다. 5번홀에서는 OB까지 냈다. 7번홀에서는 노승열답지 않은 플레이까지 나왔다. 벙커와 워터해저드 사이를 오가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후반은 더 심각했다. 12번홀에서 또 다시 OB를 냈고, 13번과 14번홀에서도 연속보기. 결국 선두에서 내려왔다. 기가 꺾인 노승열은 17번과 18번홀에서도 연속보기로 무너지면서 결국 2위도 지키지 못했다.

반면 양용은의 샷은 불을 뿜었다. 전반 9홀에서만 무서 6타를 줄여 역전까지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후반 흐름도 좋았다. 14번홀까지 버디 2개에 보기 1개로 막아 7타를 줄였다. 그리고 곧 각본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리더보드 맨 위에 노승열 대신 양용은이 올라갔다. 10타 차 역대 최다타수차 역전 우승이다. 1990년 쾌남오픈에서 봉태하, 1994년 매경오픈에서 김종덕, 2008년 KPGA선수권대회에서 앤드루 매킨지가 기록한 8타차 역전 우승을 뛰어 넘었다.

양용은은 “출발할 때 10타 차여서 우승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랜만에 한국오픈에 나섰으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이었다. 첫날 5오버파까지 쳤을 때는 예선만 통과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주는 참을성도 필요했고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전, 미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 쇼를 펼쳤던 양용은이 국내 팬들 앞에서 그날의 명장면을 재현하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JNA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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