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과 빠른 게임 진행을 내세우는 게임
군주와 아틀란티카 등의 특색있는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온 엔도어즈가 완미세계와 적벽 등의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게임 개발사 완미시공에서 개발한 '불멸 온라인'(이하 불멸)을 내세워 퍼블리싱에 도전한다.금일(17일)부터 사전 공개서비스를 실시하고, 오는 12월 21일(화)부터 공개 서비스에 돌입하는 불멸은 주로 무협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여타 중국산 게임과는 달리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을 조합한 퓨전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공개 이전부터 '쉬운 MMORPG'를 주창하고 있는 불멸. 과연 어떤 시스템과 콘텐츠를 갖추고 있기에 이러한 컨셉을 과감하게 선언하고 나선 것일까? 게임의 면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MMORPG를 넷북에서 즐긴다고?>
최근에 등장하는 게임들 중 '저사양 PC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이라는 말을 내세우는 게임들도 최소한 듀얼코어 CPU와 지포스 6600 수준의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고 있는 PC를 갖추고 있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불멸 역시 '저사양 PC'를 위한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의 권장 사양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저사양 게임들의 그것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불멸의 권장 사양은 펜티엄4 2.0GHz 이상의 CPU와 512MB의 메모리, 지포스 FX 5600 수준의 그래픽 카드를 갖추고 있는 PC다. 어지간한 저사양 게임의 최소사양 보다도 낮은 사양을 권장 사양으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불멸의 최소사양은 이보다 더 낮다. 개인적으로는 펜티엄3와 지포스2 MX400 이라는 최소사양을 2010년에 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넷북에서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이 정도 사양이라면 넷북에서도 무리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초보자가 헤맬만한 요소를 찾아 볼 수 없는 편리한 게임>
저사양과 함께 불멸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게임 플레이가 매우 쉽고 진행이 빠르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MMORPG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NPC의 위치 파악과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가야 할 지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NPC를 찾아 마을을 헤맬 일도, 퀘스트 수행을 위해 필드를 헤맬 일도 없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튜토리얼을 진행하도록 게임이 구성되어 있으며, 퀘스트 목록에 나타나는 해당 NPC의 이름, 몬스터의 이름만 클릭하면 게이머의 캐릭터가 알아서 그 지역으로 이동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의 편의를 추구하는 시스템으로는 '인공지능 전투 도우미'를 빼 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MMORPG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 자동 프로그램을 아예 게임의 콘텐츠로 녹여낸 '인공지능 전투 도우미' 시스템은 지루한 반복사냥을 게이머가 거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시스템 설정도 상당히 자세한 부분까지 할 수 있어서 캐릭터가 회복 아이템을 먹는 시기, 동료를 회복해 주는 시점, 사용할 스킬과 스킬 사용 빈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쉬운 온라인게임'이라는 말로 게임을 홍보한 엔도어즈의 이야기가 허언이 아닌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편리함만이 능사가 아니다. 빠른 게임 진행도 불멸의 매력>
캐릭터를 매우 빠르게 육성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게임의 특징이다. MMORPG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기 위해 초반부터 반복 전투를 지나치게 많이 겪다가 게임에 흥미를 잃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불멸은 저레벨 구간의 레벨업 속도를 상당히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필자의 경우는 약 1시간 정도를 플레이 해서 2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른 MMORPG에 비해 확연히 빠른 성장 속도라 할 수 있다.
또한 XP스킬이라는 특수 기술을 이용해 한 번에 다량의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있어, 전투의 쾌감과 빠른 레벨업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도 눈에 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한 빠른 지역 이동과 빠른 레벨업을 유도하는 레벨 디자인 및 스킬의 존재는 게임의 지루함을 미연에 방지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캐릭터 육성의 속도에 비해 그 세밀함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초반부터 캐릭터의 능력치를 게이머의 입맛대로 설정할 수 있는 여타 MMORPG와는 달리 불멸은 30레벨 이후에서야 캐릭터의 능력치를 게이머가 자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 아무리 레벨업 속도가 빠르다지만 자신의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캐릭터 육성 말고 소환수와 아이템 육성도 즐겨보자>
불멸에는 캐릭터 육성 이외에 소환수와 아이템 육성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MMORPG에서 흔히 사용되는 펫 시스템을 발전시킨 형태의 소환수 시스템은 단지 사냥을 돕는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함께 레벨업을 하고 특정 능력치를 육성하는가 하면 스킬을 배워 전투를 펼치는 '파트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몬스터를 소환수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스몬스터나 특정 몬스터들은 소환수로 삼을 수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몬스터를 정해서 포획하고, 소환수로 길들이는 과정을 거치며 육성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영혼 장비'를 통해 캐릭터가 사용하는 아이템이 '도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 콘텐츠는 얼핏 여타 게임들의 '강화'와 비슷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하고 속성을 부여해 자신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편리함만큼은 역대 최고 수준,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지금까지 불멸을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반복된 이야기라면 '초보자',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는 말이다. 불멸이라는 게임은 초보자들을 위해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임이다. 한 마디로 '어렵지 않은' 게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어렵지 않은'이라는 말은 MMORPG에게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너무 쉬운'이라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네비게이션을 통한 이동, 자동전투를 이용한 빠른 캐릭터 성장 등의 요소는 자칫 게이머가 게임에 직접 관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과 농구를 하면 처음에는 신이 나다가도 곧 바로 흥이 없어지는 것처럼, MMORPG에 능숙한 '마니아'급의 게이머들에게 불멸은 크게 흥미를 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이머들이 게임에 오래동안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PvP나 길드전 같은 게이머들의 경쟁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물론 중국 현지에서 130레벨의 고레벨 콘텐츠와 다양한 아이템 등이 업데이트 된 상황이며, 한국에서도 향후 2년간의 콘텐츠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라지만, 한국 게이머들의 엄청나게 빠른 콘텐츠 소모 속도를 감안한다면, PvP와 같은 경쟁 콘텐츠의 업데이트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공개와 함께 특정 OS에서 다운로드가 마무리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게이머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게임의 서버와 채널 선택 창에 나타나는 '혼잡'이라는 단어가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