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김윤석 “팬티만 걸친 채 ‘도끼액션’ 내 생애 최고 수준 노출신”

입력 2010-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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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에서 잔인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살인청부업자를 맡은 김윤석은 카메라 앞을 떠난 일상에서는 가족을 아끼는 지상한 아빠이자 남편이다.

■ 자신만만! 김윤석…영화 ‘황해’서 조선족 킬러 ‘면가’로 돌아왔다

‘추격자 3인방’ 하정우-나홍진 감독과 재결합
말랑말랑한 촬영 포기…피 튀는 살육신 열연

촬영 3개월 전부터 옌볜사투리 익히느라 진땀
‘황해’는‘추격자’ 보다 10배 잘 만들어진 작품

“이젠 멜로가 하고 싶은데…당분간은 힘들듯”
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건 자신감이다.

배우 김윤석(42)은 요즘 자신감이 넘친다. 22일 개봉한 ‘황해’가 초반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동료 배우들과 영화감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VIP 시사회에서 나온 긍정적인 평가 역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윤석은 “1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관객들이 영화와 함께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반겼다.

김윤석을 만난 건 ‘황해‘의 개봉날인 22일 오전 11시. 전날 열린 VIP시사회 직후 친한 배우, 감독들과 새벽 5시까지 ‘센’ 술자리를 가졌다는 그는 숙취보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가져다주는 설렘에 취해있는 듯 보였다.

“어느 영화 감독은 프랑스 영화 ‘예언자’에 비유해서 평가해주더라고요. 친하니까 좋게 말한 거겠죠.”

김윤석은 무슨 질문을 해도 거침없는 대답을 했다. 특히 2007년 자신에게 영광을 안긴 ‘추격자’를 만든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자, 의외로 도발적인 대답을 했다.

“부담이요? 그건 우리 같은 인종들을 몰라서 하는 얘기에요. 하하. 치밀한 연출력을 갖춘 감독의 방식이 마음에 드는 데 망설일 필요 있나요. 오히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다시 만난 건 흥행 보증수표 아닌가요. 오랫동안 ‘추격자’로 쌓아온 유대감도 있는데 안할 이유가 없잖아요.”


● “우리의 재결합, 좋아할 걸 알고 있었다.”

‘황해’는 운명적으로 세 사람의 뭉쳤던 이전 작품 ‘추격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김윤석은 “감독과 두 명의 배우가 같다는 것 말고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강조했지만 단순히 이야기를 떠나 화려한 추격 장면과 파국을 맞는 밑바닥 인생들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추격자’와 겹친다.

때문에 과연 ‘황해’가 ‘추격자’를 능가할지는 관객들이 갖는 최대 관심사다. 기획 단계부터 줄기차게 제기된 이런 궁금증에 대해 김윤석은 “우린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다시 만나면 관객들이 분명 좋아할 테니까, 우린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황해’에서 김윤석은 중국 옌볜의 살인청부업자 면가 역을 연기했다. 겉으론 개장수이지만 실은 온갖 불법을 일으키는 인물. 도박 빚에 시달리는 택시운전사 구남(하정우)에게 빚 탕감을 빌미로 살인을 지시해 사건을 주도한다. ‘황해’는 한국으로 밀항한 구남이 엉뚱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뒷수습을 위해 면가 역시 한국으로 뒤따라오며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렸다.

“면가는 퍼펙트한 비즈니스맨이에요. 건드리지 않으면 도발하지 않아요. 면가가 먼저 공격한 건 한 번도 없잖아요. 곱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죽이려고 칼 들이대니까 망치를 든 거예요.”

4개의 소제목으로 나눠진 영화에서 김윤석은 3번째 이야기인 ‘조선족’ 편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하정우와 대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출연 분량은 의외로 적다.

“면가는 더 나오면 안 돼요. 적당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만들잖아요. (하)정우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 나이에는 그래도 돼요, 하하. 고생한 만큼 정우에게 충분한 보상이 영화에 담겨 있잖아요. 나홍진 감독과 다시 만났을 때, 말랑말랑하게 찍지 않을 거란 걸 알았어요.”

● 식스팩 없는 몸매로 팬티차림 도끼액션 화재

김윤석은 영화에서 ‘도끼액션’을 소화한다. 피 튀기는 살육 장면은 ‘추격자’ 보다 한 수 위다. 혼자서도 10여 명의 장정을 상대한다. 김윤석은 도끼와 망치, 때로는 족발까지 손에 쥐고 싸움에 나선다. 그가 보여주는 액션은 꽤 잔인하지만 카리스마 탓에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다.

“저는 역할이나 상황에 굉장히 차갑게 접근하는 편이에요. 어차피 시작하면 뜨거워질 걸 알고 있으니까요.”

면가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첫 장면에서 김윤석은 팬티만 입고 등장한다. 지금껏 그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수위가 높은(?) 노출 장면. 옌볜 호텔 방에서 기습을 받는 이 장면에서 김윤석은 사각 팬티만 걸친 채 한 손에 도끼를 들고 나온다.

“솔직히 가장 반응이 없는 시사회가 기자시사회잖아요, 그런데 그 팬티 장면에서 여기저기서 ‘헉’소리가 나오던데요. 그 팬티도 옌볜에서 산거예요. 만약 제 배에 식스 팩이 있었다면 그렇게 놀라진 않았겠죠.”

옌볜은 ‘황해’를 얘기할 때 뗄 수 없는 장소. 김윤석은 촬영 3개월 전부터 현지 사투리를 익혔고 사전 답사 차 한 번, 촬영을 시작하고는 3∼4개월 동안 옌볜에서 살았다.

“마인드만 바꾸면 그 환경도 좋고, 거기에 맞춰 살면 된다”는 김윤석은 “심심할 때 정우랑 슈퍼마켓 돌아다니면서 식용 두꺼비 구경도 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했다.

사람 좋아하기로도 유명한 그는 “배우는 복 받은 직업”이라며 “이 나이에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다”고 했다. 영화가 주로 지방에서 오랫동안 촬영하는 탓에 그 지역 숙소를 장기 임대해 합숙을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

김윤석은 “이런 얘기하면 스태프들한테 미움 받을 텐데”라면서도 “영화 한 편 찍으면 그 숙소에서 네 다섯 커플씩 연인이 탄생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배우들만 연애 못하고 방에 있는 거죠. 불쌍해요. 영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커플 탄생도 늘어나요. 뭐 사는 게 다 멜로 아니겠어요?”

언젠가 멜로 연기도 도전하고 싶다는 김윤석이지만 당분간 관심사는 ‘황해’가 될 전망이다.

“‘추격자’ 때도 관객 반응이 그렇게 뜨거울지 몰랐는데, 웰메이드 영화로 치면 ‘황해’는 ‘추격자’의 10배쯤 돼요. ‘황해’는 집에서 TV로 볼 영화가 아니에요. 꼭 스크린에서 봐야할 영화입니다. 하하.”


● 김윤석은 누구?


1968년생.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연기파 배우 가운데 한 명. 부산 동의대를 졸업하고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연기 시작. 이후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결혼 이후 부산으로 내려가 연기와 잠시 떨어져 지냈다. 대학시절 부산에서 함께 지내며 막역한 우정을 나눈 송강호의 설득으로 서울로 올라와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2006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부터 존재를 서서히 알렸다. 2006년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로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은 후 같은 해 영화 ‘타짜’의 아귀 역으로 비로소 관객에게 연기자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7년 500만 관객을 동원한 ‘추격자’로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고 청룡,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08년 ‘거북이 달린다’, 2009년 ‘전우치’에 이어 올해 ‘황해’까지 매년 쉬지 않고 출연작을 내놓는 부지런한 배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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