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K리그 신임감독 인터뷰] 황선홍 "선수 때 못 이룬 리그우승…벤치선 꼭 해낼 것”

입력 2011-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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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스포츠동아DB

선수시절 포항서 6시즌 뛰며 리그정상 실패
부산 감독으로 3년…성적위해 많은 것 포기
세밀-속도감 있는 축구로 올핸 우승컵 들것
2011년 K리그 화두 중 하나는 신임 사령탑이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비롯해 경남, 부산, 포항, 전남 등 5개 팀이 작년 시즌을 마친 뒤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새로 창단한 광주시민프로축구단까지 합치면 6개 팀 벤치가 새 얼굴이다. 신임 사령탑들이 보여줄 축구 철학과 색깔에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동아는 2011년 신년 기획으로 이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2010년 12월 끝자락. 포항 스틸러스 송라 클럽하우스 카페에서 황선홍(43) 신임 감독을 만났다. 운동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 감회가 새로운 듯 했다. 그가 선수로 뛸 때 송라 클럽하우스는 천연 잔디 1면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마음껏 쓰지 못했다. 오후 한 차례 전술훈련이 고작이었다. 지금은 잔디구장 2면, 인조구장 2면,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 숙소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시설을 자랑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1군 선수들이 연습하는 운동장이다. 황 감독이 10여 년 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던 바로 그곳이다. 선수에서 감독으로 신분이 바뀐 그는 여전히 그 잔디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 때 못한 우승 하겠다


황 감독은 취임 당시 당당하게 우승을 말했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팬들이 2년을 기다려줄 것 같지도 않다. 2011년 목표는 우승이다.” 황 감독은 “감독이란 자리는 언론이나 팬들의 눈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도 마찬가지였지만 감사하게도 (부산)구단주나 프런트가 (우승 등) 그리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다. 포항은 다를 것이다. 내가 겪어야 할 과정이다. 모험이나 도전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승에 유독 목마른 이유가 또 있다. 포항에서 6시즌을 뛰며 리그 컵, FA컵, 아시아 클럽 컵 등 수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한 번도 리그 정상에 서지 못했다. 황 감독은 “선수 때 못다 이룬 우승의 한을 꼭 포항에서 감독으로 풀고 싶다”고 말했다.


○3년을 회고하다

부산 감독으로 지낸 3년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신인 선수들을 잘 조련해 낸 게 첫 번째 공으로 꼽힌다. 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이제는 감히 팀의 에이스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낀다. 선수로서 축구를 대하는 자세나 의식, 팀의 일원으로 취해야할 행동 등 프로의식을 심어줘 프로 팀으로 최소한의 윤곽은 잡아놓은 부분도 나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부산은 황 감독 재임 시절 3년 간 12위, 12위, 8위를 기록했다. 성적을 못 내고도 이름값으로 포항 사령탑으로 갈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이제 막 새 팀 지휘봉을 잡은 그에게 다소 부담스런 질문일 수 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3년 간 내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프로가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 설득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여기 와서 더 큰 심판대에 올랐고 피해가고 싶은 생각 없다. 정당하게 평가받겠다. 인내를 갖고 지켜봐 달라.”

스스로는 더 아쉬운 점으로 초심을 잃은 것을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세밀하고 속도감 있는 축구다. 그러나 3년째 (성적을 위해) 많은 걸 포기했다. 시즌 당 40점 넘는 실점을 줄이기 위해 수비 강화가 절실했다. 스리 백을 택하고 수비 조직을 바꿨다. 실점은 줄었고 성적도 올라갔다. 그러나 분명 내가 원하는 축구는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 멤버 그대로 신명나는 축구

황 감독 부임 후 부산 일부 선수들이 포항으로 이적해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무근이었다.

황 감독은 자유계약(FA)으로 풀리거나 계약이 1년 남은 주축 선수들의 재계약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현 멤버 그대로 올 시즌을 치를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만 2명 정도 충원할 계획인데 가나 출신 공격수 1명은 이미 입단에 합의했고 나머지 1명은 중앙 수비수나 최전방 공격수로 물색하고 있다.

“이 스쿼드 그대로 해볼만 하다. 놓치고 싶은 선수가 하나도 없어 구단에 내 의견을 전달했다. 잘 되리라 믿는다. 선수들과 신명나는 축구 해보고 싶다.”

포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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