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용씨가 본 아들 박준범] “박철우 잡는 법, 아들에게만 ‘특별 과외’ 했죠”

입력 2011-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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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EPCO45와 삼성화재 간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박준범의 아버지 박형용 씨.수원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국내 첫 배구 국가대표 부자

대부분 직접 관전…선수 때보다 더 떨려
불안한 서브 리시브, 항상 자신감 강조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 박준범(23·KEPCO45·사진)이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NH농협 2010∼2011 V리그 남자부 경기가 3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박준범은 토종 선수들 가운데 득점 부문 1위(전체 5위)다.

1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는 19점을 올렸고, 2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상무 전에서도 팀내 최다득점인 17득점을 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박준범의 활약이 이어지자 아버지 박형용(49) 씨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고 있다.

박형용 씨와 박준범은 국내 첫 배구 국가대표 부자(父子)다. 박형용 씨는 1983년 현대차써비스(현대캐피탈 전신) 창단멤버로 입단해 팀의 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다.

그런 박 씨의 눈에 아들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대전에 살고 있지만 인천 경기 외에는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거의 매번 경기장을 찾는다는 박 씨는 “TV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아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마음을 졸이게 된다”고 했다.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는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도 했다. “플레이에 썩 만족하지는 못한다. 테크닉이 아직 모자란다. 레프트여서 높은 공격은 좀 하는 편이다. 서브 리시브도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아직 이동 공격이나 블로킹을 따돌릴 수 있는 개인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현재는 오픈과 퀵오픈, 백어택 위주의 공격을 하지만 3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공격루트가 노출됐다. 세터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동공격을 활용하는 등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언을 이어갔다.

시즌 초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서브 리시브가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했다. “중·고교 시절 거의 그 연습을 시키지 않았으니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학 4년 동안 꾸준히 훈련했고,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서도 많이 배워왔다. 아들에게 서브 리시브는 연습도 연습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상대가 서브를 넣는데 ‘저 볼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면 100% 실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만 해주는 원 포인트 레슨도 있다고 했다. “내가 왼손잡이 공격수였기 때문에 삼성전에서 박철우를 막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박철우는 꼭 포인트를 내야 할 때 자주 때리는 코스가 있다. 이를 블로킹하는 요령을 말해줬다.” 아버지의 레슨은 도움이 됐다. 박준범은 이번 시즌 삼성전에서 박철우를 상대로 블로킹을 17번 시도해 6차례나 막아내며 3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버지의 든든한 응원과 지원을 등에 업은 박준범이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며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수원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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