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대신 윤빛가람…용병술의 승리

입력 2011-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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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교체카드로 중원 장악 이어져
파울 등 거친 경기…심리전도 이겨
완벽한 결과였다. 모든 게 한국의 의지대로, 한국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준비한 시나리오가 착착 맞아 떨어졌다. 조광래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과 심리전이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심리전의 승리

경기 전날 아시안 컵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광래 감독은 작심한 듯 평소와는 다른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란은 의도적인 파울이 너무 많다. 세계 축구 팬들이 원하는 축구가 아니다”고 했다. 그 한 마디로 끝난 게 아니었다.

“많은 파울이 고트비 축구이자 전략일수도 있다”는 말을 남긴 뒤 유유히 인터뷰 룸을 빠져나갔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인터뷰 룸에 들어선 고트비 감독은 매스컴으로부터 ‘파울 축구’가 거론되자 진땀을 흘리며 해명하기 바빴다.

경기 당일,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한국이 더 거칠었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이란의 거친 축구, 침대 축구는 나올 틈이 없었다.

지능적인 파울로 교묘히 상대를 괴롭힌 쪽은 한국이었다. 파울 횟수는 한국이 29개로 27개의 이란을 앞섰다. 노장들은 재치 있게 파울을 유도했다.

박지성(맨유)과 이영표(알 힐랄)가 각각 6회와 5회 상대로부터 파울을 따냈다. 경고는 한국이 3회로 이란보다 한 장 더 받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플레이였다.


○탁월한 용병술

벤치의 용병술도 탁월했다.

후반 막바지 현저히 페이스가 떨어진 구자철(제주)을 빼고, 곧장 윤빛가람을 투입했다. 조 감독은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패스가 좋은 윤빛가람을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구자철의 골 감각이 물이 오른 상황이라 교체를 결심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연장전을 대비해 교체카드 2장도 아껴뒀다.

이란이 후반 시작과 함께 한 장을 쓰고, 후반 종반 2번째 카드까지 썼지만 조 감독은 연장에 돌입한 뒤에야 나머지 2장을 활용했다.

기성용(셀틱)과 박지성까지 뺐다. 박지성을 교체한 것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로 보인다. 기성용 대신 필드를 밟은 홍정호(제주)의 본래 포지션은 센터백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중원 싸움에 일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부분이었다. 결국 조 감독의 선견지명이 통했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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