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1993년 오늘, ‘감자골 4인방’을 둘러싸고 KBS 코미디언들이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를 항의방문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감자골 4인방’은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이후 KBS 2TV ‘토요전원집합’을 비롯해 ‘웃음한마당’과 ‘한바탕 웃음으로’ 등 프로그램에서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데 1993년 1월10일 활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2∼3개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기계적인 코미디에 회의를 느낀다”(1993년 1월13일자 경향신문)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의 활동 중단 선언 뒤에는 ‘코미디언 세계의 엄격한 위계질서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또 ‘신인들인 이들의 인기에 위기를 느낀 선배들의 질시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선배 코미디언들은 “연습시간에 늦어 꾸짖었을 뿐이다”고 반박했고 ‘감자골 4인방’을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월11일 4인방은 MBC로 활동 무대를 옮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만나봅시다’ 코너에 출연키로 했다. 이에 격분한 KBS 코미디언 50여명이 녹화 날 MBC로 몰려가 사과 및 MBC 출연 중단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파문의 후유증으로 김국진과 김용만은 그해 여름 미국으로 떠났다. 박수홍 역시 군에 입대하는 등 시청자들은 한동안 이들을 볼 수 없었다. 당시 양측 모두에게 남긴 상처는 이후 세월과 함께 아물었다. 1∼2년 뒤 방송에 복귀한 이들은 각기 길을 걸어왔고 이제 중년에 접어든 중량감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