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증권가 ‘찌라시’ A to Z] 찌라시, 박지성 스캔들 얼마면 되겠니?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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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계 쥐락펴락 ‘∼카더라’ 통신

1. 누가 만드나? 애널리스트·기자·경찰 관계자…
2. 유통 방법은? 모니터로만 확인…출력은 못해
3. 1년 구독료? 정보 등급 따라 최대 500만원 선
4. 주 타깃층? 증권사·기업·광고사 등 단골손님
1월 말 축구 스타 박지성이 미스코리아 출신 한 여성과 결혼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번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박지성측이 곧바로 “언급할 가치가 전혀 없는 뜬소문”이라고 밝히면서 소동은 금세 가라앉았다. 박지성 뿐만이 아니다. 공개 연인으로 잘 알려진 스타 커플의 결별설, 금슬 좋다고 알려진 스타 부부의 이혼 임박설 등 연예인과 관련된 온갖 소문은 지금도 공공연히 온라인을 떠돈다.

그렇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소문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각종 ‘설’에 개인적 상상과 추측이 더 해진 소위 ‘∼카더라’ 정보의 진원지를 거슬러 가면 일차적으로는 온라인 메신저, P2P사이트(개인 대 개인이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와 온라인 게시판이 나오고, 최종적으로는 증권가의 사설 정보지, 일명 ‘찌라시’에 다다른다.

● 누가, 어떻게, 왜 만드나?

증권가 사설 정보지에는 인기 연예인부터 스포츠 스타, 재벌 총수,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명망가들이 등장한다. 그들과 관련된 사생활부터 정치, 경제 소식까지 정보의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연예계 스타들에 관한 소문이 사설 정보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설 정보지는 1980년대 중반에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증권사의 정보 담당 직원들이 ‘주식 종목 분석’을 위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매주 한번씩 모여 주식 종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이를 취합하고 정리해 나누어 가졌다. 이것이 사설 정보지의 출발이다.

90년대 들어 사설 정보지에는 기업 소식을 넘어 연예, 정치, 경제, 스포츠, 언론계 등 다양한 정보가 추가됐다. 자연 사설 정보지를 만드는 모임에도 해당 업계 관계자들도 참여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스포츠동아 취재진은 사설 정보지에 정통한 증권관계자 A씨를 만났다. A씨에 따르면 사설 정보지의 제작에는 통상 정보기관 관계자,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 증권가 애널리스트, 광고 기획 관계자, 기자 등이 그룹을 형성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각자 담당하는 분야의 정보를 내놓고 내용을 정리한다.

A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문서 형태로 된 정보지를 유통 대행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 주고받았지만, 이후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담당자의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이용했다”고 유통 방식을 소개했다.

사설 정보지를 만드는 방식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모임과 정보지 제작, 유통이 한결 은밀해지고 폐쇄적으로 변했다. 사설 정보지 제작과 유통 자체가 불법이어서 알려지면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물론 관계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A씨는 “199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의 개인 신상과 기업체의 경영상황 등에 대한 악성 루머가 나돌면서 증권가 루머 유포자와 정보지를 처음 단속했다”며 “이후 2008년 고 최진실의 자살에 사설 정보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물론 증권사에서도 대대적으로 입단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사설 정보지는 무엇보다 보안에 신경을 쓴다. A씨는 “자칫 잘못 유출되면 전파력이 강한 온라인의 특성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단속도 심하기 때문에 근거가 남는 이메일이나 메신저도 기피한다. 아예 모니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거나 파일 전달이나 프린트 등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보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규모가 줄고 은밀해졌지만 사설 정보지에 대한 수요는 아직도 꽤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소한 정보까지 담겨 있다보니,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아마 ‘찌라시’에 담긴 것이 100%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며 “하지만 아무리 잡다한 신변 루머라고 해도 ‘혹시?’라는 생각과 루머 확산 방지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 정보지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원래 한 번만 구입해서 볼 수 있지만, 보통 1년 단위로 구독을 많이 한다. 가격은 연 15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정보의 질에 따라 등급별로 나눠져 있다. 은밀한 고급 정보가 담겨있을 수록 가격이 비싸다.

A씨는 “초반에는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였는데, 이제는 정보가 과거와 비교해 차원이 달라졌고,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자연 가격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계각층 인물의 내용이 담기다보니 주요 고객도 이들과 관련된 증권사, 광고사, 대기업, 엔터테인먼트 등의 관계자가 많다. 고급 정보일수록 극소수가 보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정보를 찾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사설 정보지는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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