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각선미’, ‘바비인형’, ‘D컵 몸매’ 등으로 불리는 가수 지나. 사진=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캐나다에서 살아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몰랐던 그는 데뷔 초 "무슨 띠냐?"는 질문에 "태권도 노란띠예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고 했을 때는 섹시함보다는 털털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1월 첫 정규 앨범 타이틀 곡 '블랙 앤 화이트(BLACK & WHITE)' 을 발표하고 1달 만에 음원 사이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가수 지나를 만났다.
▶ 6년 전 '오소녀' 불운…독하게 견딘 나날들
지나는 걸 그룹 보다는 솔로 여가수가 각광받는 최근 가요계에서 아이유, 가희와 함께 차세대 솔로 여가수로 손꼽힌다.
"제 노래가 밖에서 많이 들린다고 하는데 아직 인기를 실감하지 못해요. 아직도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신기합니다. 저는 발라드 가수예요 댄스 가수예요 하지 않습니다. 배워가는 과정이며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욕심이 많아서 아직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고 있어요."
가장 인기를 실감하는 곳은 역시 군대 위문공연 무대다. 그는 "얼마 전 라디오 공개방송에 나갔는데 군인들이 많이 왔다"며 "환호성 때문에 코러스가 따로 필요 없었다"고 웃었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지나는 2005년 신화의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해 '오소녀'란 여성그룹을 준비했다. 하지만 소속사 사정으로 데뷔는 못하고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솔로활동을 하기까지 4년 넘게 기다림이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어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컸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뉴스앵커나 라디오 방송에 관련된 일을 원하셔서 이 일을 처음에 반대했어요. 캐나다에서 라디오 방송과를 나왔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신문기사와 방송활동을 했습니다. 어느 날 한인축제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큰 기획사 6개에서 명함을 주었습니다. 뭔가 되겠구나 싶어서 오디션을 보고 모 케이블방송의 배틀신화라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 의 손가인 선배, 빅뱅의 승리 선배, 시크릿의 전 효성과 함께 최종 예선까지 가게 됐고, 그 인연으로 한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죠. 하지만 데뷔는 쉽지 않았어요."
그런 지나에게 손을 내민 건 비스트와 포미닛을 기획한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전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지나는 지난해 '꺼져줄게 잘 살아'로 데뷔하자마자 가요프로그램 1위와 신인상을 차지했다.
- 만약 '오소녀'가 존재했다면 현재 가요계의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우리가 그때 당시에 나왔다면 정말 촌스러웠을 겁니다. 우리들은 지금 완전 용 됐어요. (웃음) 우리가 원해서 해체한 건 아니지만 다 운명이죠. 아직도 당시 멤버들과 자주연락하고 지내요. 다들 정말 잘돼서 기쁩니다. 시크릿의 전효성은 현재 시크릿의 리더지만 오소녀에서는 막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흐뭇하죠. 지난번에 시크릿이 1위를 했는데 대기실에서 축하해주며 울었습니다."
▶ 오소녀 리더였던 지나, 다른 멤버 콘서트 무대에서 코러스로 서기도
지나는 2005년 신화의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해 ‘오소녀’란 여성그룹을 준비했다. 하지만 소속사 사정으로 데뷔는 못하고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사진=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당연히 힘들었어요. 솔직히 오소녀가 해체하고 나서 이쪽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저는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지시에 '왜?'라고 묻는 게 말대꾸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문화에 적응하는데 3년이 걸렸어요. 게다가 연습생 시절 생계를 위해 아침에는 영어 과외를 하기도 했고요. 저녁에는 전화 영어 선생도 했습니다. 오소녀의 리더로서도 심적으로 부담이 됐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체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오소녀가 해체된 후에 한동안 방황하다가 백댄서와 뮤직비디오 출연과 코러스로 활동했어요. 그 후 오소녀 멤버였던 다른 분의 콘서트를 다니면서 코러스를 했죠. 내가 뭘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았어요."
-교포인데 한국말과 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발음이 좋다는 애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상대방에서 질문을 하면 내용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엉뚱한 대답을 했어요. 발음이 정확해서 한국말을 못하는 교포라는 인식보다 모자란 사람 아니냐 4차원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어떤 분이 난 호랑이 띠인데 넌 무슨 띠냐고 물어보셔서 '전 노란띠요' 라고 대답한 적도 있죠. 아버지가 태권도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태권도 띠라고 한 건데(웃음)."
-그룹 활동 준비를 하다가 솔로로 데뷔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원래 꿈이 솔로가수였어요. 현재 소속사 사장님께서 몇 개월 연습해서 '빨리 그룹(포미닛)으로 데뷔할래, 몇 년 연습해서 솔로로 데뷔할래?'를 물어보셨어요. 제가 아버지(소속사 사장님)에게 '죄송한데 이틀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라고 했어요. 지금까지 3~4년을 연습해 왔으면 앞으로3~4년은 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장님께 제가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서 솔로로 데뷔하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승낙을 받았습니다."
-D컵 글래머, 9등신 몸매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정말 감사하죠. 이 노래의 주인공은 저인데 사실 저는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라는 소리를 듣긴 하는데(웃음). 그게 장점이죠. 제 몸매 덕분에 저라는 사람을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고 노래도 더 듣게 되니까요. '몸매만 좋은 줄 알았는데 노래도 잘 하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그에게 특별히 몸매 관리하는 비법이 있냐고 물었더니 얄밉게도 모범생 용 정답을 얘기한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줄넘기도 하루에 천개에서 천오백개 정도 하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저는 (몸매에 대해) 그냥 엄마 아버지에게 감사드려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자신감이 많은 편이라 누가 살 빼라 하면 '왜요?'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어요. 요새는 얼굴 살이 너무 빠져서 불만이랄까, 빠져야 할 다른 살들은 안 빠지고 얼굴살만 빠집니다."
-팬들이 많이 모니터링을 해주는 것 같은데….
"팬들의 반응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며칠이 걸려서라도 팬들의 모니터링에 대해 고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악플은 신경을 많이 안 씁니다. 그런 말들은 어려워서 한글로 잘 이해도 안가죠. (웃음)안티도 많이 늘어났지만 팬 카페가 많이 생겨서 고맙습니다."
▶ '살아 있는 마네킹' 이상형은…
지나는 걸 그룹 보다는 솔로 여가수가 각광받는 최근 가요계에서 아이유, 가희와 함께 차세대 솔로 여가수로 손꼽힌다. 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박정현 선배님과 윤미래 선배님입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생활하셨던 분들임에도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 받는 점이 비슷한 상황인 제가 봤을 때 존경의 대상이랄까. 또 가창력과 목소리에 대한 매력이 뛰어나시고 인기가 있음에도 겸손한 자세와 변함없는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얼마 전에 박정현 선배를 만났는데 시디를 드리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오소녀 시절에는 박정현 선배님을 만나고 싶어서 같은 미용실을 바꿔달라고 했던 적도 있죠."
-한창 연애 할 나이인데 이상형이 궁금해요.
"특별한 이상형은 없어요. 내가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틀에 박힌 사람을 만날 확률이 없으니까요. 설사 만나더라도 나중에 아니라고 생각 들기도 하기 때문에 그냥 느낌이 좋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 좋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나보다 키가 큰 사람?"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가요?
"지나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한 시대의 멋진 아이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저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다른 면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한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저에 대해서 여러 부분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갑자기 만약 지나가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현재 무얼 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저는 음악이 정말 좋아요. 가수가 아니더라도 음악 일을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원하는 아나운서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제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방송 무대에 서면 걱정을 많이 하세요."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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