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박철우(오른쪽)가 21일 벌어진 V리그 LIG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3세트에서 동점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의 박철우(오른쪽)가 21일 벌어진 V리그 LIG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3세트에서 동점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신감독, 초반 부진에 공개 훈계
이 악물고 맹훈…첫 수훈선수상
삼성화재가 LIG손해보험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 2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박철우는 올 시즌 처음으로 주관방송사에서 주는 수훈선수상을 받았다. 이는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차근차근 순위를 끌어올린 삼성화재의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

디펜딩 챔피언에서 올 시즌 초반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기사회생한 삼성화재의 최대 약점 중 하나는 모든 공격이 가빈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가빈이 올 시즌에도 독보적인 득점력(679점)을 자랑하지만, 2라운드까지 삼성화재의 성적은 참담했다.

비난의 화살은 가빈과 함께 팀 공격의 주축이 될 거라 믿었던 박철우에게 쏟아졌다. 신치용 감독까지 공개적으로 박철우에게 쓴 소리를 했다.

박철우는 처음에 이런 호된 질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왜 내게만 그러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조금씩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 항상 몸이 축 처져서 연습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께서 ‘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지금은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시즌 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아시안게임 출전 뒤 곧바로 시즌이 시작되면서 체력이 떨어졌다거나, 세터 유광우와 호흡을 맞출 수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마음속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고 박철우는 털어놨다.

“지금은 감독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훈련 때건 경기 때건 동작 하나를 해도 최대한 집중해서 만들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 변화는 성적으로 드러났다. 공격성공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3위 탈환의 최대 고비였던 21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18득점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시즌 도중에도 연습량을 줄이지 않는 강행군도 밑거름이 됐다. “요즘 아침에 눈뜨면 배구를 시작해서 잘 때까지 배구로 끝낸다. 오로지 운동만 한다. 주변의 평가를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팀 전체의 연습량이 늘어나면서 생긴 선수들 간의 믿음도 삼성화재의 상승세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시즌 중이지만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고 모든 선수가 노력했다. 지금은 그 운동량이 경기에 실제로 연결되면서 선수들이 서로 믿음을 가지게 됐고, 팀워크가 더 잘 맞아가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에는 준비 동작이 움츠려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동료들을 믿고 준비를 한다. 이렇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박철우는 전과 달라진 점을 말했다.

‘왕의 귀환’을 현실로 보여준 삼성화재의 상승세에, “목표는 우승”이라고 힘줘 말하는 박철우가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대전|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