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탈락자 안아주는 ‘위대한 탄생’··· 시청자 마음 움직였다

입력 2011-03-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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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오디션이 지닌 치열한 경쟁 이외에도 스승과 제자가 만들어 가는 발전적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MBC 제공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오디션이 지닌 치열한 경쟁 이외에도 스승과 제자가 만들어 가는 발전적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MBC 제공

“한국에 사는 중국동포만 50만 명인데… 그의 등장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죠.”

최근 중국 동포들 사이의 최대 화제는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에 등장한 백청강(22)이라는 동포 청년이다.

방송 3개월 만에 그는 한국인들이 쉽게 알아보는 대중스타로 떠올랐고 그 점이 중국 동포들의 억눌린 감정을 자극한 것.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년 가까이 위성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한국방송을 시청해 왔지만 단 한 번도 ‘조선족’ 출신이 한국 대중스타로 떠오른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1월 7일 ‘위대한 탄생’ 중국 칭다오 편에 처음 출연한 백청강 씨는 “연변에서 36시간 기차를 타고 어렵게 도착했다”며 “고향 연변의 밤업소에서 노래를 하며 한국에서 가수가 될 꿈을 꿨는데 이번에 기회가 찾아왔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한국으로 일 나간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 많은 재중동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현재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여 명이 겨루는 최종파이널 무대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이 밖에도 재일교포 권리세(20) 씨와 재미교포 데이비드 오(19) 씨 역시 예비스타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위대한 탄생’은 당초 케이블TV의 히트작인 ‘슈퍼스타K'의 노골적인 복제품이란 혹독한 평가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방송 첫해에 공중파가 지닌 노련미와 서바이벌 형식 오디션 프로그램의 박진감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최고의 문화아이템으로 부상했다. 3월 4일(14회) 전국 시청률이 16.4%(TNmS조사)에 이르렀고 수도권 시청률은 이미 23%에 육박하며 슈퍼스타K를 거의 따라잡은 것.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가수 이문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유사한 오디션 프로에 질려 있던 터라 그냥 기대 없이 보다가… 나중엔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저의 선입견에 미안합니다”라고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위대한 탄생’의 일등공신은 스타가 되기 위해 꿈을 좇는 오디션 참가자들의 신선미이지만 평범한 원석에서 특별함을 뽑아내는 심사위원들의 공도 적지 않다. 매서운 스승을 자임한 이들의 강렬한 독설과 진심 어린 교육법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 문화평론가 최영일은 “슈퍼스타K의 심사단이 단순히 평가에 그쳤다면 ‘위대한 탄생’은 탈락 후보까지 배려하며 인간적 감동을 극대화하며, 최근 예능프로그램에 있어 ‘진정성’이 중요한 화두임을 재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국대중가요(케이팝)에 매료된 다수의 외국인이 참가해 한류 확산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을 제고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 산업에 대한 은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다.

오디션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며 MBC는 아나운서, SBS는 탤런트를 리얼서바이벌 방식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아예 누리꾼들은 정치권에 대한 식상과 반감을 “대통령 후보 선출도 ‘위대한 탄생’ 방식으로 치러보자”고 제안할 정도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오디션의 인기는 대중이 ‘쇼’가 아닌 ‘진정성’을 갈구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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