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스마트폰 올림픽, 승부의 행방은?

입력 2011-03-24 1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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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1년 3월, 모바일 기기 시장의 왕좌를 건 ‘스마트폰 올림픽’이 열렸다. 장소는 스마트폰 선수들간의 경쟁이 유난히도 치열하다는 ‘대한민국’ 스타디움이다. 이곳은 면적이 작은 편이지만 워낙 쟁쟁한 팀(제조사)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올림픽이라는 이름답게 여러 가지 종목별로 나누어 경기가 진행되는데 각 선수의 기량(사양)이 워낙 백중세라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치열한 승부 끝에 결국 승자가 가려졌다. 몇몇 특별한 선수는 2관왕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그 영광의 주인공들을 만나보기로 하자.


1. CPU 부문: 옵티머스 2X(LG 유나이티드)

스마트폰이라는 종족은 모바일과(科)에 속해 있긴 하지만 결국은 컴퓨터류(類)에 속한다. 형태는 달라도 데스크탑 종족이나 노트북 종족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컴퓨터류 종족은 공통적으로 CPU(중앙처리장치, 컴퓨터의 두뇌)의 성능에 의해 기본 능력이 크게 달라지는 특색이 있다.


LG전자팀의 옵티머스 2X 선수는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Dual-Core) CPU를 갖췄다. 혼자서 2개의 CPU(두뇌)를 동시에 갖춘 것과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왠지 반칙 같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다.

이 탓에 옵티머스 2X 선수는 다른 스마트폰 선수의 2배에 달하는 두뇌 플레이(연산능력)를 펼치며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번 승리는 최근 피처폰(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종목을 바꾸는 과정에서 부진에 시달리던 LG 유나이티드 팀에 큰 기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램(RAM) 부문: 디자이어 HD(HTC 구락부) / 베가 X, 베가 S(팬택 스카이즈)

컴퓨터류 종족의 기량을 따질 때 CPU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램(RAM)이다. 램의 덩치(용량)가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동시에 여러 가지 테크닉(애플리케이션)을 발휘하는데 유리하다. 그런데 과연 램의 덩치가 중요한지 아니면 속도가 중요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기에 경기는 혼전으로 이어졌다.


격전 끝에, 결국 3명이 공동 우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만의 강호인 HTC 구락부(俱樂部)에 소속된 디자이어 HD 선수, 그리고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는 한국 토종팀인 팬택 스카이즈의 베가X와 베가S 형제가 동점을 기록한 것이다.

디자이어 HD 선수는 상대를 압도하는 768MB의 램을 갖추었으며, 베가X/S 형제는 램의 덩치는 512MB로 평범했지만 DDR2라는 고속 신공(처리속도)를 갖추고 있어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3명의 선수를 모두 승리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번에 참가한 베가X 선수는 ‘클럽 KT’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그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스폰서(클럽 LG U+)의 후원을 같고 있는 이복 형제가 있으며, 그는 DDR2 신공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3. 화면 크기 부문: 스트릭(델 다저스)

모바일과의 특성 상, 스마트폰 종족은 화면 크기가 너무 작아서 경기를 관전하기가 답답하다는 지적을 팬들에게 종종 받곤 했다. 그래서 최근 몇몇 스마트폰 선수들은 모바일과의 철칙을 무시하고 화면크기를 상식 이상으로 키우는 변칙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화면 크기 부분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 것은 PC 종족의 글로벌 맹주로 인정 받고 있는 ‘델 다저스’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 스트릭(Streak) 선수다. 다른 스마트폰 선수들은 기껏 해야 3인치 정도, 커 봤자 4인치 정도의 화면 크기가 고작이었으나, 스트릭 선수는 이들을 압도하는 5인치의 방대한 화면을 갖췄기 때문이다.

스트릭 선수는 거대한 화면 때문에 경기를 관전할 때의 편안함에서 다른 선수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팬들에게 듣고 있다. 이를 시기한 다른 팀에서 “스트릭은 스마트폰 체급이 아닌 태블릿 체급으로 경기에 출전해야 올바르다”는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델 다저스의 ‘마이클 델’ 구단주는 “이래 보여도 바지 주머니에도 탑승이 가능한 것이 스트릭”이라며 “불만이 있으면 <태블릿 폰>이라는 새 종족을 만들던지”라고 비꼬아 말했다고 한다.


4. 화면 해상도 부문: 아이폰 4(레알 애플)

화면 해상도란 화면 크기와 또 다른 것으로서, 얼마나 자세하고 정밀하게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3~4인치에 불과한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 종족(델 스트릭 제외)의 특성 상, 화면 해상도(정밀도)가 낮으면 방대한 바다(인터넷 페이지)에서 벌어지는 파도 타기(웹 서핑) 테크닉을 관전하기가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면 해상도 부문에서는 매우 광적인 팬들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레알 애플 팀의 아이폰 4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아이폰 4 선수는 640 x 960이라는 엄청난 해상도를 발휘하며, 기껏해야 480 x 800, 경우에 따라서는 320 x 480에 불과한 해상도의 스마트폰 선수들을 파죽지세로 압도하며 그야말로 ‘선명한’ 테크닉을 만방에 과시했다.

참고로 아이폰 4 선수가 갖추고 있는 초고해상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레알 애플의 경쟁팀인 LG 유나이티드의 친척(LG 디스플레이)이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LG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어째서 친정팀이 아닌 경쟁팀에만 저런 고성능 무기를 공급하느냐”며 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 화질 부문: 갤럭시 S, 넥서스 S(FC 삼성)

스마트폰 올림픽 경기는 아무래도 좁은 화면을 오랫동안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화질이 떨어진다면 팬들이 금세 피로를 느끼기 마련이다. 때문에 많은 팀들은 자기 팀에 소속된 스마트폰 선수들의 화질이 우수하다며 더 많이, 오랫동안 주목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화질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스타디움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거대 팀으로 알려진 FC 삼성의 대표선수인 ‘갤럭시 S’, 그리고 그의 사촌인 ‘넥서스 S’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FC 삼성의 자랑거리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슈퍼 AMOLED’ 화면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톱스타인 ‘손전등’양을 동원, ‘자체발광’, ‘아몰레드’의 주문을 외우도록 하는 마력의 노래를 부르게 하여 팬들의 눈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슈퍼 AMOLED가 화면의 명암비(어둡고 밝은 부분의 구분), 시야각(시청 가능한 각도)등은 우수하지만, 체감적인 화질은 화면 해상도가 높은 레알 아이폰 4 선수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보다 떨어진다고 레알 애플의 골수팬들은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FC 삼성 갤럭시 S 선수의 기본 골격에 LG 유나이티드 친척이 만든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합쳐진 새로운 선수, 이른바 ‘개조인간 옵티럭시’ 선수가 등장한다면 3관왕은 물론 10관왕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양팀의 사이가 그렇게 까지 좋아질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 내장 저장공간 부문: 아이폰 4(레알 애플)

요즘 스마트폰 올림픽이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선수들은 어려가지 팬 서비스(동영상, 음악 등) 제공할 필요성이 생겼다. 내장 저장공간이 넉넉할수록 방대한 서비스 거리(동영상, 음악 등)을 가지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내장 저장공간 부문에서는 화면 해상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알 애플 팀의 아이폰 4 선수가 연달아 우승해 2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아이폰 4 선수는 최대 32GB의 방대한 내장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어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다만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내장 저장공간이 적은 약점은 외장 저장공간을 추가해서 보완할 수 있다”며 “우리들도 대용량 마이크로 SD카드만 장비하면 저들 못지 않은 팬 서비스가 가능 하다”고 주장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종목에서 우승한 아이폰 4 선수는 내장 저장공간은 넉넉하지만 외장 저장공간을 추가하는 방법(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을 모르며, 레알 애플 팀의 주력 선수는 32GB 버전이 아닌 16GB 버전의 아이폰 4라는 소문도 돌고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7. 외장 저장공간 부문: 스트릭, 베뉴(델 다저스), 넥서스 원(HTC 구락부), 엑스페리아 X10(소니에릭슨 사무라이스)

외장 저장공간 부문은 내장 저장공간이 빈약한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보강하고자 할 때 선호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선천적인 체력(내장 저장공간)이 부족하더라도 노력(SD카드 추가)에 의해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물론, 일부(아이폰 4, 넥서스 S 등)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마트폰 선수들이 노력할 여지(SD카드 슬롯)을 남기고 있긴 하지만 그 중 몇몇 선수들은 출전(출고)할 당시부터 팀(제조사)에서 넉넉한 외장 저장공간을 덤으로 제공해 선수들을 돕기도 한다. 델 다저스의 스트릭과 베뉴, HTC 구락부의 넥서스 원, 그리고 소니에릭슨 사무라이스의 엑스페리아 X10 선수가 대표적이다.

이들 선수들의 내장 저장공간은 512MB~2GB 근처로 적은 편이지만 팀에서 제공하는 16GB의 넉넉한 외장 저장공간(마이크로 SD카드)을 지니고 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약점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델 다저스의 선수들로, 현재 경기에 출전한 두 선수들이 모두 승리의 영광을 안았고 특히 스트릭 선수는 화면 크기 부문에 이어 2관왕을 차지하여 기쁨 또한 2배가 되었다고 밝혔다.


영원한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 스마트폰 올림픽

이와 같이 총 7개 부분의 경기가 마무리되고 승자가 가려졌다. 그 중에도 델 다저스의 스트릭 선수와 레알 애플의 아이폰 4 선수는 2관왕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아이폰 4 선수는 전통의 강호였기에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스트릭 선수가 이 정도로 선전할 지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같은 팀의 베뉴 선수가 1승을 추가함으로서 델 다저스는 총 3승을 기록해 글로벌 PC 맹주의 위상을 세웠다는 평가다.

다만, ‘영원한 우승후보’ FC 삼성의 선수들은 선전이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질 부문에서 갤럭시 S와 넥서스 S가 각각 1승씩을 챙긴 것 외에 성적이 의외로 빈약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1위 기록만을 따진 것으로, 각 분야에서 2위, 3위를 기록한 선수의 수는 다른 팀들을 압도하였다고 대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결과가 가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들이 앞으로도 영원히 승자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다. 스마트폰 올림픽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강자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진정한 강자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린다”며 스마트폰 올림픽의 입장권 구매를 보류하는 관람자(소비자)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관람자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시기라면 아마도 세상을 떠나기 바로 1초 전일 것이다. “약간의 고민이 곁들어진 과감한 ‘지름’이야말로 스마트폰 올림픽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동력원”이라고 많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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