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이젠 안타치고 싶어요ㅋ” 홈런1위 이대수 행복한 비명

입력 2011-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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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4년만의 1위에 누리꾼 ‘찾아보기 놀이’
“그땐 걸리버 휴대폰 대세” “SES 데뷔한 해”
이양기 ‘전원일기 테마송’ 한화 최강 응원가
개막 팡파르를 울린 프로야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어요. 지난 한 주의 키워드는 단연 ‘14년’. LG가 4승1패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 5경기 이상 소화한 시점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거든요. 다들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한편으로는‘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라며 안쓰러워해야 했죠. 어쨌든 앞으로‘롤러코스터 베이스볼’도 예의 주시할게요.


○LG의 ‘14년 스토리’

LG가 1위에 오른 것은 5016일만이래요. 감이 안 오죠? 1997년 이후 14년만의 1위에요. 덕분에 온라인에서는 ‘14년 스토리’가 떴어요. 14년 전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놀이. 누가 “당시 휴대폰은 걸면 걸리는 걸리버가 대세였죠”라고 하면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자자의 ‘버스 안에서’와 벅의 ‘맨발의 청춘’이 1위 후보였네요”라고 받아 줘요.

또 누군가는 최용수 김도훈 고종수 김병지가 주축이었던 1997년 축구 국가대표를 찾아내요. 최고 인기 드라마는 배용준 최수종 최지우가 나오는 ‘첫사랑’이었고, 개봉 영화는 ‘단테스피크’, 인기 게임은 ‘삼국지5’였어요. SES와 젝스키스가 데뷔한 해이기도 하죠. 그 해 여러분은 어디서 뭘 하고 계셨나요? 14년 전의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드는 LG의 1위에요.


○‘전원일기’까지 등장한 한화 응원곡

한화는 지난해부터 기발한 선수 응원가로 화제를 뿌렸어요. “정원석이 있는데∼ 있는데∼”와 “한화의 섹시가이 전근표∼”라는 응원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죠. 올해도 한화 응원가는 여전히 인기예요. 김강 타석 때 나오는 “강 때문이야∼ 강 때문이야∼”가 개막 이후 길보드차트 1위에 오를 정도였으니까요. 축구스타 차두리의 숙취 해소 음료 CF(“간 때문이야∼”)를 패러디한 거죠.

그런데 최근 이 음악을 압도하는 패러디 응원송이 등장했어요. 주인공은 이양기(사진). 바로 불후의 명드라마 ‘전원일기’ 테마음악이에요. 이양기 이름이 모심는 기계 ‘이앙기’와 비슷해서 그런 걸까요. 10일 대전 LG전 이양기 타석 때 ‘전원일기’주제가가 흘러나오는 순간, 대전구장은 웃음바다가 됐어요.


○동료들이 알드리지의 부활 바란 이유

홈런 하이파이브는 원래 하는 것이라지만, 이 정도 환영은 드물어요. 넥센의 새 용병 알드리지 얘기예요. 9일 목동 롯데전. 기나긴 침묵에 고개 숙였던 알드리지가 8회말 3점포를 터뜨렸어요. 덕아웃이 한 마음으로 난리 났어요. 사실 경기전 한 선수는 “저런 용병은 정말 야구 잘 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어요.

일부 다중인격 용병들과 달리, 한없이 유쾌하고 착하고 예의바르다는 거예요. 그런데 스프링캠프 때는 안 그러더니 시범경기부터 선풍기 스윙이에요. 갑작스러운 부진이라 다들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결국 경기 전 김시진 감독이 알드리지를 만나 이렇게 말했대요. “우린 널 용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해라.” 알드리지도 감동 받았나 봐요. 첫 홈런 직후 인터뷰 때 “팀에 고맙다”고 말한 걸 보면 말이에요.


○KIA 김선빈의 새 별명은 ‘무등산 메시’

KIA 김선빈(사진)이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어요. 개막과 함께 타격 전 부문 상위권을 휩쓸고 있거든요. 팬들의 인기도 폭발. 이제 김선빈을 ‘무등산 메시’로 불러요. ‘무등산’은 ‘해결사’와 함께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상징적인 별명이에요.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무등산 폭격기’, 한대화 한화 감독이 1세대 ‘해결사’였어요.

이제 김상현이 ‘해결사’를 물려받았고 김선빈이 ‘무등산 메시’가 됐어요. 키가 169cm지만 현존 최고 축구 공격수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에서 따왔대요. 프로야구 최단신 김선빈이 최고 유격수가 되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나봐요.


○‘홈런 1위’ 이대수 “안타치고 싶어요!”

개막 후 7경기를 소화한 11일 현재, 홈런 1위는 누구일까요. 롯데 이대호? KIA 김상현? 한화 최진행? 셋 다 아니죠. 홈런 3개로 맨 앞에 나선 타자는 지난해까지 마른 몸으로 유명했던 한화 이대수. 게다가 3개 중에 2개가 결승 홈런이었어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울상이에요. “나도 안타를 치고 싶다”는 게 이유죠.

홈런으로 팀 승리에 일조는 했지만 안타 수가 4개뿐. 안타가 될 만한 타구는 꼭 상대 외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호수비에 걸려요. 남들은 “장타력 늘었다”고 감탄하지만 스스로는 “절대 홈런 치려고 스윙 크게 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강조해요. 이대수의 바람은 ‘해결사’보다는 더 많이 출루하는 타자가 되는 것. ‘홈런왕’을 마다하는 이대수에게도 곧 안타를 쏟아 내는 날이 오겠죠?


○1년 선후배 이영욱-배영섭의 경쟁효과


무한 경쟁 시대, 야구단도 예외는 아니죠. 삼성 외야가 딱 그래요. 지난해 1번타자는 이영욱이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배영섭이라는 3년차 중고 신인이 이영욱을 마구 위협해요.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범경기까지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거든요. 이영욱은 당연히 위기감 느꼈대요. 둘 다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동국대) 1년 선후배 사이에요. 이영욱도 2009년까진 얼굴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지만, 작년에 선동열 전 감독 밑에서 붙박이 주전 됐어요.

그런데 사령탑 바뀌고 사정이 달라진 거예요. 류중일 감독 왈. “이영욱이 바짝 긴장하네. 왜? 영욱이가 영섭이 실력을 아니까.” 맞아요. 배영섭은 동국대 시절 4번타자였대요. 1년 선배 이영욱이 모를 리 없고요. 어쨌든 경쟁 덕분인가봐요. 둘 다 요즘 펄펄 나네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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