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지성! 이적설도 한방에 날렸다

입력 2011-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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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첼시전 결승골 의미

강팀 킬러·챔스리그의 사나이 입증
맨유 4강행 이끈 핏빛 투혼도 감동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에 의한, 박지성을 위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경기 도중 눈자위가 찢어지고도 풀타임을 뛴 부상 투혼, 첼시의 동점골 직후에 터진 결승골, 강팀과의 경기에 유난히 강한 킬러로서의 면모,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한 왼발 슛, 단숨에 잠재운 이적설 등 갖가지 스토리가 90분 동안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박지성의 왼발이 팀을 2010∼2011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끌었다. 박지성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대회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맞서던 후반 32분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첼시를 2-1로 꺾고 1,2차전 합계 3-1로 4강에 올랐다.


○핏빛 부상투혼

박지성은 전반 20분 갑자기 터치라인에 있는 팀 닥터 쪽으로 뛰어 나왔다.

손바닥에는 왼쪽 눈자위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득했다. 상대 존 테리와 공중 볼을 다투다가 상처를 입었다.

박지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응급처치로 지혈만 한 뒤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다. 움츠러들 만도 한 데 그렇지 않았다. 곧바로 상대 선수와 헤딩 다툼에서 펄쩍 뛰어 올라 경합을 벌였다.

박지성은 작년 3월 리버풀과 리그 경기에서도 멋진 헤딩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상대 수비수의 발에 왼쪽 귀 부근을 가격 당해 피를 흘린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첼시 추격 따돌린 결승골


축구에서 가장 허탈한 것 중 하나가 동점골 직후 골을 허용하는 일이다. 박지성의 골은 첼시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맨유는 전반 44분 멕시코 출신 에르난데스의 선제골로 앞서가다가 후반 30분 첼시 드록바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8강 원정 1차전에서 1-0으로 이겼기 때문에 원정 골에 가중치를 두는 규정에 따라 1골을 더 허용하면 탈락할 수도 있었다. 분위기는 동점골을 넣은 첼시 쪽으로 급격하게 흘렀다.

박지성은 긱스의 스루 패스를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받아 가슴으로 트래핑 한 뒤 반대편 골문 구석을 노리는 땅볼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긱스의 패스에서부터 발 바로 앞에 볼을 떨어뜨린 박지성의 첫 번째 터치 그리고 슛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작품이었다.

○강팀 킬러

박지성은 강팀 킬러로서 면모를 또 한 번 과시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통산 23골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아스널에 4골, 첼시를 상대로 2골을 넣었다. 리버풀 전에서도 결승골을 작렬했다. 프리미어리그 빅4를 상대로 모두 골 맛을 봤다.

챔스리그 득점 현황을 봐도 박지성이 큰 경기에 강한 심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이날 결승골을 포함해 챔스리그에서 모두 4골을 기록 중인 데 모두 빅 매치였다. PSV에인트호벤 시절이던 2005년 5월 AC밀란과 4강 2차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슛을 터뜨렸다. 맨유에 와서는 2009년 5월 아스널을 상대로 4강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작년 3월에는 AC밀란과의 16강 2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쐐기 골로 추격을 따돌렸다. 모두 순도 100%짜리 득점이었다.


○인상적인 왼발 슛
박지성은 고비 때마다 왼발 슛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2한일월드컵 한국의 첫 16강을 확정지은 조별리그 포르투갈 전 결승골, 2005년 챔스리그 4강 AC밀란 전 선제골, 2010남아공월드컵 그리스 전 쐐기골 등 이날 결승골을 포함해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언제나 왼발이 번쩍였다.

사실 박지성은 양발잡이다.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자재로 쓰지만 유독 큰 경기에서 터진 슛 상당수가 왼발이었다.


○이적설 잠재워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맨유와 계약 만료 1년여를 앞둔 박지성은 또 한 번 방출 혹은 이적 설에 시달렸지만 소문을 단숨에 잠재웠다. 첼시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헌신적인 플레이 외에 한 방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박지성과 맨유는 시즌 말미 재계약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활약상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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