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물통 세리머니 금지’ 찬성 21·반대 29

입력 2011-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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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의 순간, 물통 세리머니를 어떻게 봐야 할까. KBO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 프로는 아마추어에도 본(本)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동아DB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 설문 “선수단 행동지침 개정안 타당한가?”

KBO “교육상 좋지 않다”의견에 단장들 수용
선수들은“세리머니는 흥의 표현”압도적 반대

누상 대화금지 감독 6명 찬성·선수 19명 반대
징계 위한 명확한가이드라인 없어 논란 소지
지난 오프시즌 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 의결을 통해 ‘고의적 빈볼투구’,‘유니폼 착용 후 관중이 볼 수 있는 곳에서의 흡연 금지’등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대부분이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중에서 ‘끝내기 홈런, 안타 등을 기록한 선수에게 과도한 환대행위 금지’조항의 경우 논란을 빚었다.

특히 ‘물통 등을 이용한 세리머니’를 금지한 것에 대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울러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선수간 ‘누상 대화’를 금지한 것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팬 5명을 포함한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에게 ‘물통 세리머니 금지’와 ‘누상 대화 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금지 조항이 생긴 계기는?

‘물통 세리머니 금지’는 2011시즌 대회요강 37페이지에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으로 명시돼 있다. 권고 사항이 아니라 명확한 의무사항이다. 이를 어길시 상벌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물통세리머니 금지는 KBO 제안을 각 구단 단장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KBO가 아이디어를 내게 된 계기는 ‘항의 전화’였다. 작년시즌까지 끝내기 안타가 터졌을 때 일부 구장에서 ‘정수기용 물통’을 쏟아 붓는 등 행위가 벌어지자 적잖은 팬들이 KBO로 전화를 걸어 “물도 귀한 것이다”,“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KBO는 내부 검토 뒤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누상 대화 금지’는 이웃인 일본의 결정을 따라갔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작년 시즌 뒤 선수들간 대화를 금지시켰다. 스모에서 선수들간 대화 장면이 포착됐고, 이것이 승부조작으로 불거지자 야구계에서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었다. KBO도 이를 참고해 누상대화를 금지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엔 ‘물통 세리머니 금지’나 ‘누상대화 금지’ 조항 같은 것은 없다.

○물통세리머니에 대한 현장 의견은?

총 50명에게 물은 결과, ‘물통 세리머니 금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29명으로 찬성한 21명보다 많았다. 선수들은 특히 찬성 7명-반대 17명으로 압도적으로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금지에 반대한 롯데 홍성흔은 “물통 세리머니 등은 선수들 입장에서 순간적인 흥이자, 기분의 표시다. 이것까지 금지한다는 건 과도한 간섭”이라고 했고, 또다른 한 선수는 “단지 이번 건이 아니라 앞으로 또다른 ‘불필요한 금지 조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부분 응답자들이 ‘KBO의 월권’이란 입장이었다. 한 프런트는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까지 촌평했다.

반면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한국시리즈도 아니고 페넌트레이스 때는 자제해야 한다. 상대방한테 자극이 될 수 있고, 교육적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아마추어 경기장을 찾아보면, 프로에서와 똑같이 물통을 쏟아붓는 걸 볼 수 있다. 프로야구는 전체적인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금지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누상대화 금지에 대한 현장 의견은?

‘누상 대화 금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30명, 전체 60%가 반대했다. 반면 8명 감독 중 6명은 금지에 찬성했다. 조범현 감독은 “누상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왕 규정이 만들어졌으니 합리적인 선에서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낸 SBS 양준혁 해설위원은 “프로야구를 삭막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한두마디 선후배간에 인사도 못 하느냐”고 되물었다. LG 이진영은 “1루에서 친분 있는 사이면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 웃고 떠들고 하는 걸 걱정하는 모양인데, 선수들은 그럴 여유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선수는 “이번 조치로 인해, 지난해까지 누상에서 한두마디 인사를 나누고 말을 했던 선수들은 모두 범죄자가 됐고, 사인을 주고 받는 나쁜 선수가 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제재, 어떻게 할 것인가

올시즌 끝내기 상황이 연출된 6일 대전 KIA-한화전, 9일 잠실 KIA-두산전에서는 다행히(?) 물통 세리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생수병에 든 물을 쏟는 선수는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물통 세리머니 금지 등은 대회요강에 명시된 ‘의무사항’으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사안이지만 사실 그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어느 정도 벌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끝내기 안타가 터져 물통세리머니가 발생하면 현장에 있던 경기감독관의 의견을 들어 징계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 KBO의 기본 입장이지만, ‘누상 대화 금지’의 경우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한 두마디 인사도 못 나누느냐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김인식 규칙위원장이 “두 사안 모두 실제 제재할 수 없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지켜줘야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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