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감독도, 한화팬도 “이범호가 그리워…”

입력 2011-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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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스포츠동아DB

“(이)범호 덕분에 시너지 효과를 보는 거지, (김)상현이가 안 맞아도 전혀 티가 나지 않잖아.”

본의 아니게 ‘떠나 보낸’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있다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일 대전 롯데전에 앞서 KIA에 둥지를 튼 이범호가 화제에 오르자 “KIA가 이범호 영입으로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초 마운드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됐던 KIA는 하루 전까지 유일하게 팀타율 3할을 넘어서는 등 페넌트레이스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3번을 맡는 이범호 역시 타율 0.333에 타점 1위(16개)를 달리며 중심타자로서 제 몫 이상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내 자식’으로 여겼던 선수가 뜻밖에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고 있으니 한 감독 입장에서는 속이 쓰려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 구단 입장도 있어 말을 아꼈지만, “범호는 앞으로 더 잘 해야 돼”라는 그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대전역에서 야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을 때, “대전토박이로 내 나이 일흔”이라고 소개한 기사분은 “한 때 나도 숱하게 야구장을 들락날락했었는데, 요 몇 년간 발걸음 끊은 지 오래됐다”며 “한화는 올해도 보나마나 꼴찌인데 갈 기분이 나겠느냐”고 했다. “홈에서 적어도 2승1패를 할 정도 전력이 돼야 홈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느냐”고도 덧붙였다.

한 감독이 “범호는 앞으로 더 잘 해야 돼”라는 말을 건네는 순간, “(이)범호 같은 선수도 다른 구단에 뺏기고, 구단은 도대체 뭐 하고 있나 모르겠다. 한화는 대전 팬들의 자존심까지 망쳐버리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차던 기사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전 | 김도헌 기자(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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