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김경문의 ‘버려라 야구’

입력 2011-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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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힘으로 홈런?…히팅포인트가 중요
스피드 보다 코너워크로 승부하라
선수 향한 욕심 보다 믿음으로 인내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을 결과로 평가 받는 야구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이라면?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두산 김경문(사진) 감독은 19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했다. 비단 선수뿐 아니다. 감독으로서 스스로를 향한 주문이기도 했다.


○타자=홈런 욕심을 버려라

17일 대구 삼성전. 두산 오재원은 3-5로 뒤진 9회 무사에서 바뀐 투수 오승환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2호이자 프로 데뷔 두 번째 홈런이다. 김 감독은 오재원의 홈런에 대해 “홈런을 노리지 않았기 때문에 홈런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8일까지 두산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은 5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팀 홈런 2위(149개)이자 역대 최초 토종타자 5명 20홈런을 달성했던 팀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기록이다. 특히 한 방을 쳐줘야할 클린업트리오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김 감독은 “홈런은 힘으로 치는 게 아니다. 오재원의 홈런처럼 히팅포인트만 맞으면 투수가 던진 공의 반발력이 있기 때문에 누구든 담장을 넘길 수 있다”며 “타자들은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볍게 안타를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수=스피드 욕심을 버려라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을 향해서도 “스피드 욕심을 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150km의 빠른 볼을 높게 던지는 것보다 143km를 던져도 몸쪽으로 낮게 던지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때는 프로 팀 지명을 받기 위해 스피드에 집착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막상 프로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타자들의 기량이 향상됐기 때문에 아무리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도 공이 눈에만 익으면 맞아나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흔히 볼끝이라고 말하는 볼의 무브먼트가 좋고 코너워크(제구)가 잘 되면 오히려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니퍼트는 빠른 볼도 던지지만 변화구가 좋다. 제구가 된다는 얘기다. 젊은 투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나 역시도 욕심을 버린다


이날 구장에는 청와대 어린이 기자가 깜짝 방문해 김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린이 기자의 질문은 당차게도 “김현수 선수의 타격감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였다.

너털웃음을 터트린 김 감독은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그런데 감독은 오죽할까”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곧 “본인도 안 맞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도 한 마디씩 할 것이고 코치도 뭐라고 할 것 아닌가”라며 “이럴 때 감독은 선수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김)현수가 아침에 일찍 나와서 치더라. 이제 곧 올라올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팀 주전선수가 부진하면 당사자보다 갑갑한 사람이 바로 감독이다.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개인욕심을 누르고 선수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잠실|홍재현 기자(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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