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유니폼에는 야구만의 특성이 있다. 다른 종목과 달리 감독도 유니폼을 입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왼쪽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과 달리 시계방향으로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축구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게임 때 정장을 입는다.스포츠동아DB
농구·축구 등 감독은 정장 차림 지휘봉
야구규칙 ‘경기장 유니폼 착용’ 의무화
롯데, 홈·원정 등 야구복 종류만 7가지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 ‘농군패션’ 필수
야구유니폼 A to Z야구규칙 ‘경기장 유니폼 착용’ 의무화
롯데, 홈·원정 등 야구복 종류만 7가지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 ‘농군패션’ 필수
은퇴한 모 야구선수는 “유니폼을 입었을 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단순한 ‘야구옷’이 아니다.
한 팀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야구선수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도구인 셈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야구 유니폼에 대한 궁금증 A부터 Z까지.
○야구 유니폼의 유래
야구 공식 유니폼은 1849년 뉴욕의 니커보커스라는 야구클럽에서 입은 흰색 플란넬 셔츠, 파란색 울 바지와 밀짚모자로 이뤄진 간단한 복장이었다. 이후 1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더해져 현재의 유니폼으로 정착됐다. 또한 팀별로 다양한 로고와 색상을 가지게 되면서 유니폼이 팀의 상징으로 굳어지게 됐다.
유니폼은 야구 셔츠와 바지, 신발, 양말, 모자를 아우르는 통칭이다. 글러브 역시 예전에는 유니폼의 일부로 여겨졌지만 선수들이 글러브를 개인취향에 맞게 골라 쓰기 시작하면서 포함되지 않게 됐다.
○유니폼을 입을 때 규칙
유니폼을 입을 때도 규칙이 있다. 팀의 선수들은 같은 색, 형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어야하고 모든 선수의 유니폼에는 15cm 이상 등번호가 붙어야 한다. 팀 유니폼 색과 다른 색의 테이프 등을 붙여서는 안 되고 야구공을 모방한 것이나 연상시키는 모양이 디자인에 들어있어도 안 된다. 유리나 금속 같이 반짝이는 물체 역시 금지다. 타자의 타격을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는 예외다. 예전에는 ‘셔츠의 경우 상의 소매 한 곳에 한하여 60cm 이내의 광고가 허용된다’는 규칙이 있었지만 한국프로야구무대에서는 3∼4년 전부터 그런 제약이 없어졌다.
○야구감독만 유니폼을 착용
농구나 축구 배구 등 타 구기종목의 감독들은 대개 정장을 입는다. 그러나 야구감독은 유니폼을 착용한다. 아니, 착용해야 한다. 야구규칙 3.15항에는 ‘경기 중에 유니폼을 입은 선수와 코치 및 감독, 본거지 구단에서 공인한 보도사진반, 심판원, 제복을 입은 경관 및 본거지 구단의 경비원, 기타 종업원 이외의 사람은 경기장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유니폼을 입지 않으면 덕아웃에 앉아있는 것조차 규칙을 어기게 되는 일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들이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1950년대 말이라고 한다. 그 전까지 정장을 입은 감독은 마운드에 오르거나 심판에게 어필하는 것을 코치들에게 일임했다.
○선수 유니폼은 팬들이 입는 유니폼과 다를까
유니폼은 어센틱(authentic)과 레플리카(replica)로 나뉜다. 어센틱은 선수용과 똑같은 원단으로 제작되는 제품이다. 슬라이딩 등 과격한 플레이에도 잘 찢어지지 않는 재질로 제작된다. 레플리카는 말 그대로 모사품이다. 로고나 색상 모두 동일하지만 퀄리티가 어센틱에 비해 떨어진다. 재질은 물론 팀 로고 자수가 다르다.
가격도 차이를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어센틱 유니폼은 200달러(한화 21만원) 정도로 고가인 반면 레플리카는 25달러∼80달러(2만6000원∼9만원)로 저렴한 편이다. 한국 유니폼 역시 선수용 유니폼이 일반 팬용 유니폼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제3의 유니폼이란
롯데는 유니폼 종류가 무려 7가지다. 홈, 원정 유니폼을 제외하고 선데이유니폼, 올드유니폼, 밀리터리유니폼, 연습복유니폼 4종에, 올해는 새로운 유니세프 유니폼까지 선보였다. 타 구단들도 ‘데이’를 기념해 특별한 유니폼을 제작하는 게 활성화됐다. 두산은 ‘퀸즈데이’에 맞춰 여성들을 위한 분홍색 유니폼을 선보였고, 넥센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축구대표팀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런 유니폼을 ‘제3의 유니폼’(Third jersey)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70년대 초반부터 제3의 유니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는 군사도시를 상징하듯 밀리터리유니폼을, 뉴욕 메츠는 일주일에 한 번 검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추신수가 뛰고 있는 클리블랜드의 경우 색은 변화가 없지만 글씨체에 변형을 준 유니폼을 종종 입는다.
토론토는 캐나다 건국기념일에 국가를 상징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시카고 컵스는 아무런 이유 없이 선발투수의 의견에 따라 파란색 제3의 유니폼을 착용할 때가 있다. 그러나 뉴욕 양키스는 창단 이후 홈, 원정 이외의 유니폼은 제작한 적이 없다. 재질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엠블럼이나 색이 변한 적도 없다. 명문구단의 자존심이다.
○홈, 원정 유니폼 색이 다른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다보니’가 정답일 듯 하다. 야구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도 예전에는 홈, 원정과 상관없이 흰 유니폼을 입었다고 한다. 한국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초창기 유니폼이 넉넉하지 않고 자금도 없어 홈, 원정 구분 없이 흰색으로 통일해 입었다.
하지만 원정일 때 문제가 발생했다. 땀에 찌들고 흙에 뒹굴며 더러워진 유니폼을 세탁하는 게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탁시설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옛날에는 선수가 직접 유니폼을 빨아 입는 시대였다. 결국 원정팀이 때가 덜 타는 유색 유니폼을 입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처음으로 홈과 원정을 구분해 입기 시작한 유니폼이 때가 타도 티가 많이 나지 않는 회색이었고, 뉴욕 양키스가 아직까지 전통을 이어가 홈에서는 흰색, 원정에서는 회색을 입는다는 속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농군패션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야구선수가 바지단을 무릎길이까지 자르고 양말을 올려 신는 스타일을 이른바 ‘농군패션’이라고 한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와 비슷한 옷차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바지 위로 양말을 올려 신는 것이 원래 초창기 야구유니폼 스타일이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마이너리그에서는 농군패션이 필수다.
실제 학생주임선생이 마치 학생들의 교복을 단속하는 것처럼 바지 위에 양말을 올려 신지 않으면 그 선수는 코칭스태프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고 한다. 박찬호가 마이너리그 시절 농군패션을 한 이유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바지를 길게 입든 짧게 입든 선수 개인의 자유다. 그것 역시 빅리거들의 ‘특혜’인 셈이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