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팬 74% “일요일엔 오후 2시에 플레이볼”

입력 2011-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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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경기 오후 5시 개시 최선인가?
야구계 파워엘리트 50인·야구팬 150명 설문

낮경기 선수 컨디션 악영향 vs 일요일 5시경기 팬 출근 부담
프로야구 종사자도 현행유지·시간변경 23 vs 23 팽팽한 균형
야구팬 85.3%“일요일 하루만은낮경기로 변경” 압도적 의견
프로야구가 올해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상 첫 600만 관중 돌파는 물론, 8개구단이 목표로 내건 660만도 꿈만은 아니다. 야구팬이 늘다보니 특히 주말에는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팬들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는 별도로, 주말경기 개시 시간을 놓고 ‘과연 최선인가’라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프로야구는 시즌 개막전과 5월 5일 어린이날만 오후 2시에 시작하고, 나머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후 5시에 플레이볼된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4월 날씨가 변덕스러워 주말에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추위에 떨면서 야구를 지켜봐야했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범국가적으로‘에너지 절약’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야구도 조명을 켜고 야구를 하는 것보다 주말만이라도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프로야구에 종사하는 파워엘리트 50명과 팬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봤다. 혹서기는 야간경기가 불가피하겠지만, 4∼5월 주말경기 개시시간 변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프로야구 종사자 ‘현행유지’ VS ‘변경필요’ 팽팽

프로야구 공급자에 해당하는 야구관계자들의 의견은 팽행선을 달렸다. 8개구단 감독·선수· 단장·홍보팀장·마케팅팀장 1명씩,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홍보팀장·운영팀장 1명씩, 심판위원 2명, 야구해설자 5명 등 총 50명에 물어본 결과 주말경기 개시시간을 두고 현행시간 유지와 시간변경 필요 의견이 23명씩으로 똑같았다.

SK 김성근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두산 이혜천 등 3명은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견해를 밝혀 보류에 포함했다.


○오후 5시는 오랜 실험 통해 확립한 시간

프로야구 주말경기 개시 시간은 1982년 출범 때부터 계속 조정돼 왔다. 1986년 오후 4시, 1989년 오후 3시에 시작하기도 했지만 혹서기 외에는 대부분 오후 2시와 오후 5시가 중심이 됐다. 2007년 오후 5시에 시작하던 경기는 2008년 4∼5월과 9월에 한해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2시 경기로 앞당겨진 뒤 2009년부터 현재처럼 오후 5시로 통일됐다.

오후 5시를 고수하는 부류는 대부분 “그동안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은 뒤 현재 시간이 최적의 시간으로 판단했다. 시간이 자꾸 왔다갔다하면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5시로 통일되는 게 좋다”며 주말 낮경기 개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단장회의에서도 거론된 사안이지만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후 5시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정부 시책(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따라 변경할 여지도 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팬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다”고 주장했다.


○최상의 서비스는 최고의 경기력

한화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 입장에서는 낮경기가 힘들다. 주중과 주말의 리듬이 너무 달라 피로도가 더해질 수 있다”고 말했고, LG 조인성은 “오후 2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홈팀 선수들은 오전 10시 정도에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러면 오전 9시 정도에는 집에서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KIA 최희섭은 “미국은 주중에 평일이지만 이동일에는 낮경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동거리가 워낙 멀다.

한국은 여건이 다르다. 낮경기를 하면 신체리듬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고, 관중들이 원하는 경기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현행 오후 5시가 적당하다고 했다. LG 박종훈 감독은 “4월에 많이 춥기는 했지만 날씨가 추운 것도 경기의 일부다. 밤에 추운 것도 4월 한달 정도이지 않나. 팬들도 추위를 이기면서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다”고 말했다.

팬들은 혹서기가 아닌 이상 4∼5월 일요일 경기는 가족단위 관중이 많은 만큼 오후 2시나 3시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4월 2일 잠실구장에서 낮경기로 펼쳐진 가운데 팬들이 운집한 LG-두산의 시즌 개막전. 스포츠동아 DB

팬들은 혹서기가 아닌 이상 4∼5월 일요일 경기는 가족단위 관중이 많은 만큼 오후 2시나 3시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4월 2일 잠실구장에서 낮경기로 펼쳐진 가운데 팬들이 운집한 LG-두산의 시즌 개막전. 스포츠동아 DB




○토요일은 몰라도 일요일은 오후 2시 경기가 적당

그러나 프로야구 종사자들 중에서도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5시에 시작하는 것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특히 일요일에는 낮경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KIA 조범현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리듬을 생각하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일요일에 한해서 관중들의 편의를 생각해 낮경기가 좋을 것 같다. 오후 2시 경기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홈팀에게 경기 개시시간 재량권을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이제 시간이 바뀌었다고 야구장을 못 찾아오는 팬들은 거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롯데 손아섭은 “토요일은 오후 5시, 일요일은 오후 2시가 좋겠다”면서 “선수들 입장에서도 이 정도 시간이면 경기력에 큰 지장이 없다. 일요일 경기 끝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더라도 선수 입장에서는 밤에 여유와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일요일 낮경기를 선호했다.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은?

프로야구는 흥행산업이다. 공급자가 제공하는 최상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수요자인 팬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삼성 박덕주 마케팅팀장은 “오후 5시로 통일해 가는 편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고, KIA 장판기 마케팅팀장 또한 “경기 시간의 잦은 변동은 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5시에 경기를 하게 되면 팬들이 야구장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구단 수입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두산 마케팅팀의 이왕돈 과장은 “일요일 5시 경기를 하면 팬들은 평균적으로 9시에 야구장을 떠난다. 다음날 출근자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일요일 낮경기가 관중들의 편의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LG 조연상 마케팅팀장도 “주5일제라고는 하지만 아직 토요일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일요일에는 가족단위 팬들이 많이 오는데 경기 끝나고 귀가해 다음날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는 게 힘들 것이다”며 일요일에 한해 오후 2시 경기 개최가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팬들은 85.3% 일요일 낮경기 선호

프로야구 종사자들도 나름대로 팬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지만 팬들이 선호하는 시간에 대해 추상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150명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가운데, 현행 5시 유지는 22명으로 14.7%에 그쳤다.

나머지 85.3%에 해당하는 128명은 주말경기 개시시간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에서도 “토요일은 지금처럼 5시에 하더라도 일요일은 낮경기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일요일 오후 2시나 2∼3시 시작을 원하는 팬은 111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74%를 차지했다. 오후 4시도 11명 있었고, “일주일에 한번쯤은 햇볕 아래에서 야구를 보고싶다”며 “오후 1시나 1시10분에 시작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팬도 5명이었다.

현행 5시 유지를 원하는 팬 중 트위터 ID ‘@lostmemory_’는 “지금이 좋다. 주말에 편히 낮잠도 자고, 오전엔 쉬다가 점심 먹고 여유 있게 야구장으로 갈 수 있다. 경기 시간은 시즌 내내 고정했으면 좋겠다.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낮경기를 원하는 ‘@twinspirit’는 “야구보러 가는 날은 저녁약속을 지킬 수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 오후 2시에 야구하면 신나게 야구도 보고, 저녁엔 친구들 만나고, 딱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야구보면 하루가 다 가서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있을까봐 일요일에는 야구장에 안 가게 되더라”고 글을 올렸다.

‘@Euneland’는 “지방팬은 평일은 야구장 거의 못간다. 주말이나 노려볼 법한데 일요일은 다음날 출근이나 등교가 부담된다”고 설명했다. ‘@PTODAK’은 “2시 경기가 끝나면 5시반 정도. 가족들끼리 식사도 할 수 있고,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하는 와이프에게도 당당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낮경기를 원하는 팬들 중에는 ▲가족단위로 5시 경기에 가면 어린 아이는 잠이 든다 ▲낮경기를 하면 야구 끝나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시간에 재미있는 예능프로를 가족과 함께 즐긴 뒤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할 수 있다 ▲KTX를 타고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일요일에 한해서 낮 2∼3시 경기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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