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설기현이 22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설기현은 1골1도움으로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1-1서 PK골…한 달 여만에 골맛
측면·중앙 종횡무진 선제골 도움
2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의 경기가 1-1로 팽팽히 맞서 있던 전반 32분. 성남 박진포의 푸싱 파울로 울산 최재수가 페널티킥(PK)을 얻어냈다.측면·중앙 종횡무진 선제골 도움
울산 설기현(32)은 주저하지 않고 PK 지점으로 갔다. 성남 골대 바로 뒤 울산 서포터 석에서 격려가 아닌 야유가 쏟아졌다. 울산 서포터는 15일 제주와의 홈경기 장소가 서산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구단과 깊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도 90분 내내 “정신 차려 울산”을 외쳤다.
홈 서포터가 자신을 야유하는 흔치 않은 상황. 이미 지난 달 20일 대구FC와 홈경기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져 주장 곽태휘가 리듬을 잃고 실축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러나 베테랑 설기현은 침착했다. 상대 골키퍼 하강진이 미리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골대 가운데로 슛을 했다. 볼은 깔끔하게 그물을 흔들었다.
설기현은 올 시즌 앞두고 울산으로 이적한 뒤 정규리그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화려한 세리머니는 없었다. 동료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기쁨을 대신했다.
설기현은 PK 말고도 풀타임을 뛰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13분에는 상대 오른쪽 진영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김신욱의 헤딩골을 도우며 이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설기현이 골을 못 넣어 주위에서 걱정하지만 팀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사이드나 가운데도 적절하게 움직여 줘 김신욱에게 공간이 나 득점이 많이 터진다. 선배답게 열심히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설기현은 4월 20일 강원과의 컵 대회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골 맛을 봤다. 그 때도 PK로 득점했다.
PK를 종종 차는 이유가 있다. 선배로서 후배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우리가 넣으면 달아날 수 기회라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PK는 자신감이 중요한 데 이럴 때는 자신 있는 선수가 차는 게 맞다. 선배로서 책임 있게 차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기현은 이날 머리를 해병대처럼 짧게 깎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각오를 다지는 의미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여름이라 더워서 깎았다. 포항에서도 이렇게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취재진이 재차 물었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보였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울산|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