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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플러스] KIA 서재응, 구석구석 칼날제구…형님의 값진 첫승

입력 2011-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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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재응.

KIA 서재응.

팀 어려울때 마무리 등 희생정신
6이닝 삼진 5개…명품제구 빛나
KIA 서재응(사진)이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함께 뛰었던 300승 투수 톰 글래빈은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모두들 ‘더 빠르게’를 외칠 때, 반대로 ‘더 느리게, 대신 더 정확하게’를 모토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글래빈 투구의 백미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걸칠 듯 말 듯한 절묘한 제구력이었다. 바깥쪽 낮은 공은 장타를 치기 가장 어려운 코스다. 타자 입장에서는 볼넷의 치명적인 유혹에 망설이다가 스탠딩 삼진을 자주 당했다. 구심들도 글래빈의 절묘한 제구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트라이크존이 점점 넓어지는 일도 자주 반복됐다.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서재응은 팀 동료였던 글래빈의 명언을 실전에서 온몸으로 실천했다.

이날 서재응이 던진 직구 최고구속은 143km였지만 대부분은 130km대 후반에 형성됐다. 그러나 우타자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제구된 덕분에 6이닝 동안 삼진을 5개나 잡아냈다. 119∼129km로 속도차가 컸던 슬라이더도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노렸다. 6회 교타자인 김일경과 김민우를 모두 바깥쪽 낮은 공으로 연속삼진을 잡는 장면은 빠른공 없이도 얼마든지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서재응은 이날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단 1개의 4사구도 기록하지 않았다. 직구 41개 중 스트라이크가 27개일 정도로 자신감 있는 투구였다. 3회와 5회를 제외하면 모두 삼자범퇴였고 연속안타를 허용한 3회에는 곧장 병살로 이닝을 마치는 관록을 보여줬다.

이날 승리는 서재응의 시즌 첫 승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20일 군산에서 서재응이 한화 류현진과 맞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자 “재응아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승리하자”는 말을 했다. 감독이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 조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 선발을 떠나 마무리를 맡아 주고, 고참이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팀을 위해 헌신하다 뒤늦게 기록한 첫 승, 그래서 더 박수가 쳐지는 값진 승리였다.

목동|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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