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덕아웃 이야기] 10년차 신인투수 신주영

입력 2011-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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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계약금 1억3000만원을 받고 야심 차게 입단했던 한 투수는 “앞으로 10년간 프로야구 선수로 멋지게 활약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9년간 그의 통산 성적은 총 40경기에서 58.1이닝을 던져 1승 1패에 2홀드. “그 당시 제가 꿈꾸던 10년 후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죠.” 벌써 10년차가 된 한화 신주영(27)이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 그에게는 무엇이든 ‘처음’이나 다름없다. 2일에는 데뷔 첫 승을 거둔지 1867일 만에 감격의 통산 2승째를 따냈고, 이틀 후에는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냥 내가 여기 서서 아프지 않고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해요. 늘 이런 꿈을 꿨지만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수술대에 올랐던 건 2008년 5월이었다. 달려간 병원에서는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군복무 도중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초기 재활도 제대로 못했다. 이후 4년이다. 재활에만 매달린 시간.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못 던져서가 아니라 아파서 그만둬야 한다는 걸 저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거든요.”

고비도 찾아왔다.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정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2군에서도 하루 던지면 2∼3일을 공도 못 잡을 정도로 아팠으니까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한 번 더 마지막 기회를 주신 거예요. ” 전지훈련 동행은 당연히 꿈도 못 꿨다. 재활군과 함께 대전에 남아 구슬땀을 흘렸다. 후배들의 재활까지 돕는 성실한 모습이 곁에 있던 송진우 코치의 눈에 들어왔고, 개막 직후부터 2군에서 마무리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1군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온 몸에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신주영은 지금 당당한 한화의 ‘필승 카드’가 됐다.

“앞으로는 ‘10년’ 같은 거창한 숫자를 떠올리지 않을 거예요. 하루하루 아프지 않고 던질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이제는 부상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병’에서도 그만 벗어나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이면서 활짝 웃었다. “비로소 저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웃을 일이 생겼네요.”

스포츠1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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