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제작 맡은 영화 ‘풍산개’ 시사회

입력 2011-06-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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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배경 분단 비극 다뤄
‘김기덕표’ 공식에 유머 더해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그의 회사인 김기덕필름이 제작한 영화 ‘풍산개’가 13일 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이 영화는 시사회 이전부터 올여름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김 감독이 지난달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수상작 ‘아리랑’을 통해 제자 장훈 감독과 대기업을 비판하며 “이 영화(풍산개)를 통해 자본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주연 배우 윤계상, 김규리와 스태프가 모두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연출은 제자인 전재홍 감독(35)이 맡았다. 김 감독은 2008년 ‘비몽’ 이후 3년 만에 ‘풍산개’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 ‘김기덕의 느낌’ 그대로

‘풍산개’는 독특한 이야기와 배경 설정, 거친 캐릭터가 ‘김기덕표’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3시간 만에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북한의 사람과 물건을 배달해 주는 정체불명의 사내(윤계상). 그의 존재를 안 국정원은 탈북한 고위 관료의 애인인 인옥(김규리)을 배달해 달라고 주문한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사내는 평양에서 인옥을 데려오지만 국정원은 그에게 돈은커녕 다른 임무를 부여하며 협박한다. 사내는 사선을 넘으며 정이 든 인옥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간다.

전 감독은 스승의 영화 작법에 유머와 액션을 더했다. 국정원 요원들의 코믹 연기는 남북 분단 문제의 무게를 덜어준다. 김기덕만의 진지한 스타일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눈에 거슬리는 대목일 것 같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칭찬할 만하다. 윤계상은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의 ‘훈남’ 이미지를 털어내고 대사 한마디 없는 과묵하고 터프한 사내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막대 하나로 가뿐히 철책을 넘고, 정예 국정원 요원들을 맨몸으로 쓰러뜨리는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북한 사투리를 이틀밖에 연습하지 못했다는 김규리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도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감독은 “김기덕필름과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기로 하고 개런티 없이 참여해준 전 스태프에게 감사한다. 돈이 아닌 열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쑥쑥 커가는 ‘김기덕의 아이들’

김기덕필름 영화 ‘풍산개’에서 주연 윤계상(왼쪽)은 대사 한마디 없는 독특하고 거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김규리도 북한 말투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수준급 연기를 선보였다. 뉴 제공

요즘 영화계에서는 전 감독을 포함해 ‘김기덕 사단’ 출신 감독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아리랑’ 속에서 비판을 받은 장훈 감독은 김기덕 사단 출신 대표 주자로 꼽혀 왔으며 ‘영화는 영화다’(132만 명) ‘의형제’(546만 명)를 통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조감독 출신.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 등을 통해 김기덕 사단 출신 중 가장 섬세한 감성을 보여 왔다.

최근 ‘엄마는 창녀다’를 내놓은 이상우 감독은 ‘숨’의 스크립터(대본 작가)를 맡아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엄마는…’은 엄마가 윤락여성이고 아들이 포주인 파격적인 이야기로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 우울한 사회상을 그린 ‘굿바이 보이’의 노홍진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천국의 에스컬레이터’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 ‘폭풍전야’ ‘판타스틱 자살 소동’의 조창호 감독 등도 김 감독의 문하생들이다.

김기덕필름의 전윤찬 프로듀서는 “김 감독의 연출부 출신들은 ‘돌파구’란 모임을 만들어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김 감독도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 언론에서 일부와의 갈등만 부각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훈 감독은 14일 자신이 연출한 영화 ‘고지전’ 제작보고회에서 김 감독의 ‘아리랑’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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