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케이팝, But…”

입력 2011-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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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전 세계로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K-POP’(케이팝). 그 확장의 길에서 앞으로 더욱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사진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공연 모습과 이에 열광하는 현지 팬들. 스포츠동아DB

케이팝 스페셜리스트 5인
K-POP, 세계화를 말하다

11일과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는 한국의 대중음악 ‘케이팝’이 서구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 대중음악은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 멀리 남미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열기가 한 순간의 붐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케이팝의 최일선에서 그동안 땀을 흘렸던 스타제작자와 프로듀서, 그리고 한류스타 등 ‘케이팝 스페셜리스트’ 5인에게 물었다.


● 양현석 YG엔터 이사 “찾아보고 싶은 양질의 콘텐츠 만들어야”

양현석은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결국은 좋은 콘텐츠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며 한류를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라고 했다. “유튜브에는 한국 가수 영상만 있는 게 아닌데 세계인들은 한국 가수에 호감을 표시한다. 지금은 원하는 것만 골라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는 시대다. 아무리 홍보를 잘하고 물량공세를 해도 좋지 않은 콘텐츠는 외면당한다. 많이 보여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세계인들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싶은 걸 만들어야 한다.” 양현석은 아울러 “아시아에 이어 미국과 유럽시장이 열리는 듯하지만 아직 중국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며 중국에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도 중요하다. 몇몇 가수가 들어갔지만 아직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제 강가에서 막 바다로 나온 느낌이 든다. 큰 바다에 적응을 잘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 유튜브로 전 세계 누리꾼 장악한 투애니원의 제작자 겸 프로듀서

● 윤등룡 DR뮤직 대표 “단기간에 승부보는 시장환경 아쉬워”

윤등룡 대표는 여성그룹 베이비복스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 한류 1세대를 이끌었다. 그는 “지금 우리 음악은 국내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겨를도 없이 단기간에 승부가 나고 좋은 음악도 곧 밀려나 버린다”며 국내 음악시장의 환경개선을 주문했다.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너무 빨리 진행되면서 국내에서 충분히 대중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곡이 나오면 강력한 팬덤에 의해 1∼2주 만에 1위를 하고, 3∼4주가 되면 순위프로그램에서는 더 이상 무대를 보여줄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음악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에서 속전속결은 좋지 않다. 콘텐츠 약화를 가져올 수 있고 한류의 미래도 불안해진다. 팬덤이 아닌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고 검증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검증된 콘텐츠는 외국에서 통할 확률이 더 높다. 신인들이 제대로 검증될 수 있도록, 또한 우수한 콘텐츠들이 국내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느리게 소비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 1990년대 후반 베이비복스로 한류 1세대를 이끈 음반제작자

● 비(정지훈) 가수 겸 배우 “창작자 보호가 콘텐츠 보호…불법 다운 강력 규제 필요”

‘닌자 어쌔신’으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미국은 할리우드에 많은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새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류 산업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불법 다운로드에 엄격한 규제도 필요하다. 창작자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정당한 방법으로 소비되고 유통돼야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간다. 그래서 제작에 재투자되고 좋은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비는 아티스트들이 ‘손님’으로 외국에 나가기보다 현지에서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하면서 “현지화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엔 미국 1위가 세계 1위였지만, 이젠 아시아 1위가 세계 1위다. 전 세계의 대세는 아시아이고, 아시아의 대세는 한국이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주연·아시아 스타 최초 ‘타임100’ 2회 선정

● 정욱 JYP엔터 대표 “외국과의 합작 더욱 확대해 나가야…”

정욱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신인 육성시스템과 외국 음악계와 합작을 통해 세계 표준을 만들고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자본이든 아니면 인력이든, 콘텐츠를 기획하는 처음 단계부터 함께 손을 잡고 나가야 한다. 외국에서는 우리의 우수한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문의가 많다. 이런 수요를 잘 파악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욱 대표의 주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가 강조한 ‘CT이론’에서 한류 3단계 방식과 동일하다. 정 대표는 또한 정부나 기관에서 한류 관련 제도나 법을 제정하면서 “현장의 정확한 목소리를 많이 담아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류’라는 단어가 일부 국가에서는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어, ‘케이팝’ 등 다른 단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냈다.


▲ 한국가수 최초 ‘빌보드 핫100’ 오른 원더걸스 ‘노바디’ 제작

● 정재윤 음악 프로듀서 “멜로디·비트 조화…한국적 매력 살려야”

재미동포 3인으로 ‘아지아틱스’를 결성, 글로벌 시장 도전에 나선 정재윤은 미국의 음악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한국적인 색깔로 공략할 것을 주문한다. 정재윤은 “케이팝이 통하는 이유가, 미국 사람들은 멜로디가 있으면서 비트도 강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한국 음악이 그걸 조화롭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지아틱스는 기본적으로 R&B 팝 장르를 추구하지만, 한국에서는 ‘팝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미국에선 ‘아시아적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게 한류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범답안이 아닐까.” 정재윤은 “미국도 음반업계 불황으로 아이돌 시장이 축소됐지만 그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면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선전을 기대했다. “음악과 비주얼이 좋은 한국 아이돌은 미국 사람들도 열광할 요건을 갖췄다. 미국 관계자가 포미닛, 비스트의 음악을 누가 프로듀싱했는지 물어볼 정도로 음악 자체, 사운드에 대한 평가가 좋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열광하게 만들어줄 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이들의 응원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 미국 본토 대중음악 시장으로 가야 한다.”


▲ 솔리드 멤버/대만 톱스타 제프리황, 바네스우, 코코리 음반 프로듀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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